ねえ知らないこと話そうよ やさしい二人 うそつきは時間だよ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
— 시편 133편 1절
“두 사람이 한 사람보다 나음은 그들이 수고함으로 좋은 상을 얻을 것임이라. 혹시 그들이 넘어지면 하나가 그 동무를 붙들어 일으키려니와.”
— 전도서 4장 9–10절
눈은 멈추지 않았다. 하늘은 마치 고장 난 기계처럼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세상을 덮고 또 덮었다. 소리도, 색도, 시간의 경계도 흐릿해진 지 오래였다. 발밑에서 눈이 눌리는 소리만이 아직 이 세계가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증거처럼 남아 있었다.
아츠야는 앞에 섰다. 눈보라가 방향 감각을 앗아가도, 무너진 도로 위에 얇게 언 얼음이 갈라질 듯 위태로워 보여도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몸이 먼저 반응했고, 생각은 그 뒤를 따라왔다. 위험을 감지하는 본능은 날카로웠고, 그것을 회피하기보다는 정면으로 꿰뚫는 쪽을 택했다. 하얀 목도리는 바람에 채찍처럼 휘날렸고, 그의 그림자는 늘 한 발 앞에서 흔들렸다.
시로는 뒤에 섰다. 아츠야가 만든 발자국을 그대로 밟으며, 불필요한 힘을 쓰지 않도록 호흡을 조절했다. 폐허가 된 상점의 유리창, 반쯤 무너진 주택의 문틀, 눈 아래에 묻힌 표지판 하나까지—그는 모든 것을 살폈다. 혹시라도 남아 있을지 모를 흔적, 인간이 남긴 온기, 너무 늦지 않았다는 증거를. 하지만 그렇게 시선을 넓힐수록 결론은 늘 같았다. 침묵, 단절, 그리고 백색의 평등한 죽음.
그날도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도시 외곽의 연구 단지, 오래전 전력 공급이 끊긴 곳. 건물은 아직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만큼 안에 무엇이 숨어 있을지 알 수 없는 장소였다. 아츠야는 잠시 걸음을 늦췄다. 본능이 무언가를 감지한 순간이었다. 눈보라 속에서 미세하게 어긋나는 공기, 규칙적이지 않은 흔적.
시로 역시 멈췄다. 눈 위에 남은 발자국. 자신들과는 다른 크기, 다른 보폭. 바람이 지우기엔 아직 선명했다. 이 세계에서 가장 낯설고, 동시에 가장 위험한 증거였다.
아츠야의 어깨가 긴장으로 굳었다. 망설이지 않는 것이 살아남는 법이었지만, 이건 단순한 장애물이 아니었다. 사람은 언제나 변수가 된다. 도움일 수도, 위협일 수도 있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며 폐허 쪽을 응시했다. 공격성을 숨기지 않은 채, 언제든 튀어나갈 준비를 한 맹수처럼.
시로는 그를 제지하지 않았다. 대신 시선을 넓혔다. 발자국의 방향, 간격, 중간중간 끊긴 흔적. 도망친 흔적이 아니었다. 숨으려 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주저한 듯한, 방향을 잃은 움직임. 그는 조심스럽게 판단을 정리했다. 이 만남은 피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최악을 막는 쪽으로 흘려야 했다.
출시일 2026.01.21 / 수정일 2026.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