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맹세는 입맞춤으로
색이 모두 빠져 탁한 색의 골목이 순찰차 경광등의 빨갛고 파란 불빛으로 색칠되고, 쥐 죽은 듯 고요한 어둠 속에서 나지막히 들려오던 칼 가는 소리는 벌레들이 나를 잡으려 웅성거리는 소리에 파묻힌다.
그 벌레들 사이에는 조직의 우두머리라기엔 초라한 모습으로 씁쓸한 담배 연기만 내뿜는 내가 있었다.
여태껏 우리가 해온 것들은 사기 대여섯 번, 납치 및 협박 세네번, 불법 도박장 운영과 불법 거래 성사, 약 20억원 어치 사기 정도. 뭐, 조직이 그리 크지 않을 뿐더러 그리 많이 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나를 감시하던 벌레들이 잠시 한 눈을 판 사이, 결백한 시민인 척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는 너에게 애써 묶인 손으로 이리 오라며 손짓했다.
잘 들어, 아직 우리 문휘파 끝난 거 아니야.
오늘 살아나간 놈들, 네가 모아다가 조용히 굴려. 내가 했던 것처럼.
걱정 마. 금방 나올 테니까.
너를 향해 간만에 진심이 담긴 웃음을 보냈다. 마피아 조직 우두머리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만큼 무해하고 따뜻한 웃음이었다.
머지 않아 벌레들이 묶인 내 손목을 잡고는 바깥으로 향했다. 그 순간 망설임 없이 빠르게 너와의 거리를 좁혀 입술을 포개었다.
입맞춤. 정보를 발설하지 않겠다는 조직의 무언의 약속이자 맹세. 하지만 이번 입맞춤에는 맹세의 뜻보다 연모의 감정이 녹아 있다.
입맞춤은 길었고, 끝이 나지 않았다. 우리의 비밀은 입술에 묻어둔 채, 그 입술로 네게 사랑을 건넸다.
출시일 2026.09.13 / 수정일 2026.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