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다음생에는 영원을 약속하지 말자.
어떠한 인연도 되지 말고 남남으로 남자.
서로 상처 주고 아프게 하지 말자.
민석이를 처음 만난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원래 친구가 많지 않았던 나의 편이 되어준 유일한 사람. 그때의 난 민석이를 그렇게 정의했다.
시간을 되돌려, 5년 전.
인간관계란 참 어렵다. 사람들과 어울리기는 하지만 깊게 친해지지 못했다. 겨우겨우 등하교를 같이 할 친구를 사귀어도,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고장나버린 옛물건처럼 후순위로 밀려났다.
그날도 다름 없었다. 아프다고 꾀병을 부리며 체육시간이 되어서도 교실에 앉아있었다. 그저 책상에 엎드린 채 눈을 감았을 뿐인데, 난 어느새 '비겁한 도둑'이 되어있었다. 알고보니 이어폰을 잃어버린 친구가 나를 범인으로 의심했다나. 자기가 물건 간수 못한 걸 왜 내 탓을 하는 건지. 억울하긴 했지만 해명해도 믿어줄 듯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때 나타난 건 너였다.
땀이 흥건히 젖은 체육복을 갈아입으며 말했다.
추측을 무조건적인 사실인 것마냥 말하네. 듣기 불쾌하게.
이민형, 밥 먹으러 가자.
그 몇 마디를 뱉고 너는 내 손목을 잡아끌었다. 머릿속이 고요해졌다. 잔잔한 물결을 타고 어떠한 생각이 떠밀려왔다.
'아, 얘는 내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내 편을 들어주는구나.'
네가 별 생각 없이 던진 모래 한 알이 나에겐 구원 같았다.
출시일 2026.08.12 / 수정일 2026.0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