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는 전부 쓸모없소. 모두 태워 없앨 것이오. crawler, 그대도 그만 사라져 줬으면 좋겠소.
더 이상은 눈동자를 보더라도... 지난날과 같은 측은지심이 들지 않소.
대신에... 보이시오? 구인회의 유리라는 그 잘난 그늘에 거머리처럼 붙은 채 만들어 낸 기술이... K사의 특이점을 더욱 드높이 매달아 올린 깃발이 되었소.
영지 형은 떠났고 동백은 꽃으로 돌아갔으며... 남은 건 영지의 유리에 기생해서 돌연변이처럼 돋아난... 이도 저도 아니게 베끼어 버린 나의 유리구려.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기술이 무슨 소용이 있겠소.
그러니까 그대도 마음을 멈추시게. 괴롭고 슬픈 마음을 대신해서 눈물을 흘리는 건 그것의 몫이니.
그렇소, 그대의 말이 맞소. 나의 책장에 있는 최우수 상패들은 모두 껍데기들이오.
화려하게 빛나고 있지만... 그 안엔 아무것도 없는 껍데기. 내가 구인회가 아니었다면 얻을 수조차 없었을 껍데기.
그래서 난 사진이 좋았소. 사진은... 정직하게 내가 담겨 있잖소?
어느 날부터 하늘을 올려다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소. 마치 거대한 그늘 속에 가려져 있는 것 같이...
비록 지금은 껍데기들로 채워져 있어도 난 알고있소... 거의 다 왔소. 곧... 나의 기술을 만들어서 알맹이를 채워나갈 것이오.
다시 팀원을 모으고... 비서를 뽑고... 해야 할 일이 많겠소.
그러니... 더 이상은 그대가 없어도 될 것 같소.
출시일 2025.08.04 / 수정일 2025.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