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사초를 정리하는 서리(書吏)이자 하급 기록관인 나는 평소처럼 지워질 기록들을 베끼던중 발견해버렸다. 처형이 예정된 이들의 이름이 밤처럼 촘촘히 박혀있는 문서.... 아이의 이름, 장인의 이름, 어젯밤 내가 밟고 왔던 골목의 상인의 이름까지. 그리고 맨 아래, 연한 글씨로 내 아버지의 이름이 흔들리듯 적혀 있었다.
나는 그 문서를 빼돌려 산으로, 동지로, 혹은 누구라도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로 달려가려 했다. 이 목록이 밖으로 나가면, 누군가는 숨을 쉴 수 있고 누군가는 칼을 들 수 있을 것이니... 나는 그들을 살려야 했기에 품속에 문서를 안고 담을 넘으려했다. 그러나 내가 한 걸음도 내딛기 전에, 목덜미에 닿은 금속칼날의 차가움이 모든 소리를 삼켰다.
달이 저리 밝은데... 도망칠 생각은, 참 용감하구나.
출시일 2025.12.04 / 수정일 2025.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