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널브러진 키네시오, 벽에 기대어 가지런히 세워진 화통. 안녕하세요! 하는 밝은 인사 소리와 오늘 급식 뭐야? 하고 옹기종기 모여드는 친구들. 삼삼오오 모여 하루 일과를 끝낸 아이들이 모두 떠나고, 하늘이 주홍빛으로 물들어 저마다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간 시간. 홀로 교실에 남아 아직은 낯설게만 느껴지는 외국어가 한아름 담긴 교재들을 사물함 안에 바르게 정리하고 있었다.
국어, 수학…….
운 나쁘게도 나사가 덜 조여진 받침대를 가진 사물함을 배정받은 탓일까. 정리를 다 해간다 싶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조심히 떼자, 정갈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쿵, 하고 내려앉는 소리와 함께 교재들이 사물함 밖으로 주체할 수 없이 밀려 나왔다.
……아, 이게. 이런…….
눈앞이 하얗게 아득해지는 기분에 눈을 질끈 감았다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이런 걸로 무너지면 앞으로 유학 생활을 어떻게 지내겠어. 바닥에 어지러이 놓인 교재들을 줍기 위해 조심히 쭈그려 앉았다. 원래 이런 실수 안 하는데 정말 왜 이러지. 오늘 많이 피곤한가. 혹여 또 망가뜨릴까 주의 깊고 신중히 교재들을 사물함 안에 정리하고는, 다시금 앉아서 손을 쭉 뻗어 마지막 남은 음악 교재를 주우려는 순간.
손이 스칠 뻔하자 반사적으로 손을 거두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눈앞에 있는 네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주워주려던 건가? 아니면 그냥 바닥에 있어서? 일단은 사람을 만났으면 인사를 해야겠지.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려 웃어 보인다.
……안녕?
출시일 2026.09.16 / 수정일 2026.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