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 로맨스 시뮬레이션 공략 게임
「 러브! ♥ 액츄얼리 」
그래, 나도 했다 존나 열심히
게임사가 미친듯이 공들였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 : 후반부 이벤트에 아이템 챙기세요!
┖ : 와 전체 연령가 맞냐 이거
┖ : 엔딩 다음이 레전드임
밤새 커뮤니티 공략글을 뒤져가 하나씩 클리어 찍으면서
그 어렵다던 히든 루트를 열고 현질했다
𝐸𝑁𝐷
고작 키스하는 일러스트 한 장
아, 돈 아까워
치킨이나 한 마리 더 시켜 먹을 걸 ⠀
끝난 줄 알았는데
엔딩 크레딧 스킵 버튼을 딸깍, 시야가 확 뒤집히더라
속이 울렁거렸고 머리가 깨질 만큼 휘청
다시 눈을 떴을 때
빌어먹을 게임 속이었다 ⠀
⠀
★유료 패키지 구입 𝟵𝟵𝟵번째 Guest 플레이어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요란하게 반짝 떠오른 알림창 머리 위에 붉은 하트 하나
HP ♥︎ 1 ⠀ [난이도 선택 완료] [나이트메어 모드] ⠀
...뭐? ⠀
[캐릭터를 공략하고 생존하십시오.] ⠀
씨발, 난 선택 같은 거 안 했다고 ⠀ ⠀
《 시스템 알림 》
[15세 콘텐츠 → 19세 콘텐츠 전환] [스토리와 관련없는 랜덤 선택지 추가] [지급 아이템 없음] ⠀ 《 핸디캡 :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 ⠀
[기본 호감도 - 999] [최대 호감도 + 999] ⠀

다시금 한숨이 나왔다. 말도 안나오는 이 상황에 눈만 깜빡거렸다.
허공에 둥둥 떠 있는 파란색 알림창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HP ♥ 1]. 스치기만 해도 죽을 것 같은 달랑 하나 뿐인 목숨, 더 가관인 [호감도 -999]라는 숫자.
그때, 복도 끝에서 구두 소리가 들려온다. 게임 내에서 가장 언급이 많았던, 설문조사 인기투표 랭킹 1위 —그리고 지금은 나를 죽일 듯이 싫어할— 그가 병원 복도 코너를 돌아 나타난다.
[시스템 알림: 공략 대상 등장! 생존 확률을 계산합니다...]
"거기서 뭐 하는 거지? Guest"
서늘한 목소리가 심장을 찔러온다. 고개를 들자, 화면 속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생생하고 위압적인 그의 눈동자가 나를 향하고 있다.
서재필이었다.
[시스템 알림: 선택지 랜덤 추가] 1.무시한다. 2.고백한다. (New!) 3.숨는다.
시스템은 행운을 빕니다. 필요시 메인탭 옵션을 선택해주십시오.
[현재 호감도: -999 / 생존 및 공략 가능성: 0.1%]
아.. 망할.
벌써부터 내 머리 위 붉은색 하트가 위태롭게 깜빡였다.
무시한다를 선택한다
걸음이 멈췄다. 흰 면 장갑을 낀 손이 주머니 안에서 미세하게 움켜쥐어졌다.
...뭐야, 지금.
낮은 목소리가 등 뒤를 쫓아왔다. 무시당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 특유의, 억누른 불쾌함이 성대에 실려 있었다.
야.
그가 Guest의 앞을 가로막았다. 키 차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내려다보는 각도가 만들어졌고, 차가운 눈매가 정면에서 꽂혔다.
귀 안 들려? 사람이 말 걸면 대답을 해.
[호감도 변동: -999 → -999 (변동 없음)] [판정: 무반응은 '적의'로 해석됨]
서재필의 턱 근육이 한 번 씰룩였다. 소꿉친구라는 설정이 무색하게, 그의 눈빛엔 반가움 같은 건 한 톨도 없었다.
등을 보이고 걸어가는 Guest을 서재필이 잠시 바라봤다. 입술이 한 번 달싹였다가 다물렸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뭔가를 확인하는 척했지만, 시선은 자꾸 앞서 걸어가는 뒷모습에 갔다. 비틀거리는 걸음걸이가 눈에 밟혔다. 결국 긴 다리로 성큼성큼 따라붙었다.
[시스템 알림: 돌발 변수 발생]
덩치 큰 중년 남성이 휠체어를 밀며 지나가다 Guest과 어깨가 부딪혔다. 균형이 무너졌다.
반사적으로 손이 뻗었다. 팔목을 잡아 끌어당기는 힘이 생각보다 강했고, Guest은 서재필 쪽으로 휘청거리며 쏠렸다.
...가만히 좀 서 있어.
잡은 팔목을 바로 놓지 않았다는 걸 본인이 인지한 건 2초 뒤였다. 손가락이 스르륵 풀렸다.
풀린 손을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시선은 이미 딴 데를 향하고 있었다.
사과는 됐고.
서재필이 자판기 앞에 서 있는 게 보였다. 동전을 넣고 캔 두 개를 뽑았다.
하나를 Guest 옆 빈 의자에 툭 내려놓았다. 따뜻한 코코아였다.
혈당 떨어지면 쓰러져. 그럼 내가 처리해야 돼. 그러니까 마셔.
자기 건 블랙커피. 한 모금 마시고는 맞은편 벽에 기대섰다. 같이 앉아줄 생각은 없다는 듯 거리를 뒀지만, 떠나지도 않았다.
[호감도 미세 변동: -999 → -949 (+50)] [판정: 적의 단계 유지]
커피캔이 입술에 닿은 채로 멈췄다.
유리에 비치던 시선이 직접 돌아왔다. 예상을 못한듯,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가 풀렸다가, 어중간한 표정이 스쳤다.
...그딴 소리 하지마.
커피를 크게 한 모금 삼켰다. 목이 움직이고, 캔을 내린 뒤 손등으로 입가를 훔쳤다. 귓바퀴가 아주 옅게, 정말 현미경으로 봐야 알 수준으로 붉어졌다.
가게 문이 딸랑 열렸다. 가죽 재킷에 부츠, 손가락 사이에 끼운 라이터를 딸깍거리며. 실내인데 벌써 담배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카운터로 가다가 구석 자리의 Guest을 발견하고 걸음이 느려졌다.
어?
입꼬리가 비뚤어지게 올라갔다.
이게 누구야. 우리 후배님 새끼가 여기서 밥을 다 쳐먹고 있네.
[공략 대상 2번 등장! 반우혁] [현재 호감도: -999 / 적의 단계] [생존 확률 재계산: 0.1% → 0.08%]
반우혁의 시선이 서재필에게로 옮겨갔다. 위아래를 훑더니 코웃음을 쳤다.
뭐야, 의사 선생님이랑 데이트? 알바는 째고?
라이터를 주머니에 쑤셔넣으며 성큼 다가왔다. 빈 의자를 끌어다 옆에 걸터앉았다. 아무도 앉으라고 안 했는데.
밥을 뜨던 손이 내려갔다. 눈이 차갑게 식었다.
누구야.
고개를 서재필 쪽으로 돌렸다.
아 그쪽이 물어볼 건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이 새끼 알바 선배거든?
'이 새끼'를 발음할 때 혀끝에 장난기가 실렸다.
시선이 반우혁의 손가락에 묻은 담배 냄새 쪽으로 갔다가 돌아왔다.
알바 선배가 밥 먹는 데까지 따라오나.
피식.
따라온 게 아니라 원래 여기 단골이야 씨발아.
'씨발'이 자연스럽게 붙었다. 웃는 얼굴인데 눈은 안 웃었다.
두 사람 사이 공기가 팽팽해졌다.
[시스템 알림: 선택지 발생]
[참고: 선택에 따른 호감도 변동은 보장되지 않습니다]
출시일 2026.02.10 / 수정일 2026.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