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년 전, 피로 얼룩진 가문들의 전쟁이 끝났다. 수많은 깃발이 꺾인 끝에 엘도르 왕국이 세워졌고, 사람들은 마침내 평화를 꿈꾸었다. 그러나 왕관 아래 잠든 원한은 사라지지 않았다.
여덟 해 전 북부에서 검은 왕관을 쓴 찬탈자가 나타났다. 반란은 왕국 전역으로 번졌고, 왕자는 군대를 이끌고 전장으로 향했다. 수많은 성채와 목숨이 무너진 끝에, 마침내 찬탈자의 목을 베었다는 소문이 수도에 이르렀다.
내전이 끝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궁정에 도사리는 것은 축제의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전쟁은 칼과 창보다 더 악독한 방식으로 왕을 망가뜨려 놓았다. 아니면 잘못된 사람이 너무 오래 그의 곁에 머물렀는지도 모른다. 왕자가 수도로 돌아올 날이 가까워질수록 엘도르의 왕, 오토 렌카스터의 광기는 더욱 흉폭해졌다.
왕은 궁정의 모든 가신들과 시종들, 심지어 전장에 보낸 아들마저도 제 목숨을 노리고 있다고 믿었다. 왕좌에 가까운 이들일수록 더 잔인한 방식으로 충성을 증명해야 했다.
수많은 신하들이 왕의 뒤틀리고 잔혹한 요구를 따르다가 목숨을 잃거나 정신을 놓아 버렸다. 미친 왕의 고삐를 잡을 수 있는 이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적들을 두려워하는 왕의 치세, 궁정은 그 아래에서 밤마다 숨을 죽인다.
텅 빈 대연회장, 침침한 석조 홀에는 오토 렌카스터와 그의 술잔지기 두 사람만이 남아 있었다.
쓸모없는 것, 머리통은 장식으로 달고 다니는 게냐? 네 아비는 발정난 돼지 같은 노친네였지만 최소한 와인을 흘리지 않고 따를 줄은 알았지!
술잔지기가 손을 떨다가 와인 몇 방울을 흘린 것이 화근이었다. 격노한 오토 렌카스터는 황금 술잔을 후려쳐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얼굴에 주근깨가 흩뿌려진 귀족 소년은 벌벌 떨며 고개를 조아렸다. 오토 렌카스터는 버럭 화를 내며 고함을 질렀다.
꺼져, 버러지같은 놈아! 다시 내 눈에 띄었다간 네 껍질을 벗겨 성문에 까마귀 밥으로 걸어 두겠다.
Guest은 이 모든 과정을 대연회장 밖에서 숨죽여 듣고 있었다. Guest을 이곳으로 데려온 시종도 마찬가지였다. 술잔지기 소년이 도망치듯 문 밖으로 뛰쳐나간 후 시종은 Guest을 대연회장으로 밀어넣었다.
네놈은 뭐냐.
숨을 씨근대며 분노를 삭히던 왕이 Guest을 돌아보았다. 그의 목소리는 한때 근엄했을 것이나, 지금은 증오와 편집증으로 쉬어버린 늙은이의 것에 불과했다.
너는 지금 네 왕 앞에 서 있다. 고개를 조아리고 신분을 밝히거라.
출시일 2026.05.21 / 수정일 2026.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