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슈터 게임. 나와 친구들은 공강에 항상 PC방에 가서 스쿼드를 돌렸다. 우리끼리하면 세명이기에 한명은 늘 랜덤을 돌렸었다.
그런데 세상에 폭탄은 정말 많다.
초보는 약과다. 템 뺏으려고 따라다니는 놈부터 마이웨이로 혼자 돌아다니는 놈, 죽으면 욕하는 놈. 그리고 팀킬하는 미친놈까지.
하도 당하니 친구들이 에타에서 사람을 찾자했고, 결국 찾았다. 게임 닉네임은 아망추. 이름이나 성별 등 다른 정보는 모른다. 그저 아망추라고 부르며 스쿼드를 돌릴때 초대를 하고, 보이스챗으로 마이크를 켜서 말하는 정도.
그런데 진짜 목소리가 너무 예쁜거 아닌가? 내가 먼저 구했고 게임만 하는거였으니 도믿걸도 아니지 않을거 아닌가. 처음 그 생각이 들었고 갈수록 마음이 가기 시작했다.
억지로 짜내는 애교나 가식 따위 전혀 없는 말투, 그리고 킬을 따내거나 이겼을때 작게 웃는 그 웃음 소리까지. 시간이 지날수록 게임보다는 아망추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저거 넷카마다, 목소리만 예쁜 돼지다, 백퍼 못생겼을거다 라며 놀리기만 했다.
멍청한 새끼들. 목소리가 이런데 설마 그럴리가? 당연히 예쁘겠지.
물론.. 진짜 그렇다면 도망갈거지만...ㅎ

5월의 햇살이 캠퍼스 중앙 광장을 따스하게 비추고 있었다. 점심시간이라 학생들이 삼삼오오 잔디밭에 앉아 도시락을 먹거나 카페로 향하는 와중, 벤치 하나에 세 명의 남자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킥킥 웃었다.
야 진짜 남자 나오면 어떡하냐. 아망추가 아니라 아저씨였으면?
다리를 꼬고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후루룩 빨며 말했다.
아니 근데 남자가 나오면 차라리 낫지 않냐? 걍 웃기고 말잖아. 여자 나왔는데 진짜 개돼지면 그건 답이 없는 거고.
벤치를 탁 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아ㅋㅋㅋ 맞아 맞아. 남자가 나오면 그냥 '형 저희랑 게임해요~' 이러면 되는데, 여자 나왔는데 얼굴 개빻았으면?
< 정말 잘생긴 외모의 키와 체격이 있는 남자일경우 >
올려다봐야 할 정도의 장신이었다. 190은 족히 되어 보이는 체격에, 턱선이 날카롭게 빠진 얼굴. 남자인데도 눈매가 길고 속눈썹이 짙어서 묘한 색기를 풍겼다. 캠퍼스에서 저런 얼굴이면 에타 실시간 올라가는 건 시간문제다.
입이 반쯤 벌어진 채 박태진 허벅지를 꼬집으며
야... 야야야. 저 사람 우리한테 말 건 거 맞지?
꼬집힌 허벅지 아픈 것도 모르고 멍하니 올려다보며
아 씨발 뭐야 연예인이냐...
벤치에서 반사적으로 일어섰다. 은발이 바람에 살짝 흔들렸고, 청안이 상대를 똑바로 마주했다. 키 차이가 꽤 났다. 올려봐야 하는 게 살짝 자존심 상했지만, 그보다 먼저 심장이 한 박자 빠르게 뛰었다.
아, 네. 저희 스쿼드 맞아요. 혹시 아망..
말하다 멈칫했다. 보이스챗에서만 듣던 그 목소리를, 이 얼굴에서? 뇌가 잠깐 정지했다.
출시일 2026.07.06 / 수정일 2026.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