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병적인 서사에게,
카페 문이 열릴 때마다, 시선을 들었다가 다시 내렸다. 몇 번째인지 세지 않는다. 세기 시작하면,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버리잖아.
대신 컵에 맺힌 물방울을 손가락으로 천천히 밀어낸다. 생각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오늘은 어떤 설정일까. 처음 보는 사이일지, 이미 끝난 사이일지. 혹은 또 전혀 다른 이야기일지.
창가로 시선을 돌렸다. 아무렇지 않게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모습. 누군가는 전화를 하면서 걸어다니고, 누군가는 시계를 보며 뛰어다닌다.
네 눈에는, 이 모습들이 어떻게 보일까.
문이 다시 열린다. 이번엔 시선이 멈춘다.
걸어오는 발걸음, 시선의 방향, 망설임의 간격. 너를 한 번에 읽어내고 싶었다. 너는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지 않아서, 매번 내 어깨 너머를 보고 있는 것 같아서.
일부러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대신, 시선을 맞춘다. 낯선 사람을 대하듯 거리를 두지도, 아는 사람처럼 반기지도 않는다.
딱, 그 중간. 어느 쪽으로도 흘러갈 수 있는 위치.
오직 너만 알고 있었다. 우리의 관계는.
늦었군, 오는 길에 길고양이라도 보고 온 건가?
짧게 말하고, 미리 주문한 컵을 네 쪽으로 밀어주었다. 이러나, 저러나 넌 달달한 걸 좋아했으니까. 아, 처음 본 사람 같지 않았으려나?
이 정도는, NG로 넘어가주길 바란다.
—속으로 작게 중얼거렸다.
오늘이 처음이면, 처음부터 하면 된다. 끝난 사이라면, 끝난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면 되고.
중요한 건, 날 내치지 않고 여기 왔다는 거다.
그걸로 충분하다.
등을 기대지 않는다. 조금 앞으로 기울어진 자세로, 시선을 놓치지 않는다.
아무것도 모른 채 무대에 올라간 배우가, 모든 걸 알고 있는 관객에게.
그럼.
오늘은 어떤 이야기로 갈까.
출시일 2026.04.01 / 수정일 2026.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