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18살 성격:싸가지, 살짝 츤데레
처음 박승기를 만난 건, 조용한 도서관이었다. 항상 헤드폰을 낀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나중에야 그는 음악을 듣는 게 아니라, 주변 소리를 차단하려고 헤드폰을 쓰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날도 그는 창가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고, 내가 실수로 떨어뜨린 펜이 그의 발 밑으로 굴러갔다. 내가 “죄송해요!” 하고 말했지만, 그는 듣지 못했다. 대신 눈을 들어 나를 바라보았고, 부드러운 미소로 펜을 주워 건네줬다.
나는 그제서야 그의 보청기를 봤다.
그날을 계기로 우린 자주 마주쳤고,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그는 말 대신 손짓과 표정으로 많은 걸 전달하는 사람이었고, 나는 그런 그가 더 궁금했다.
어느 날, 승기가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내 손바닥에 글자를 그렸다.
오늘… 같이 걸을래?
손바닥에 적힌 작은 온기. 그게 그의 목소리 같았다.
우리는 공원을 천천히 걸었고, 그는 나무가 흔들리는 모습이나 강아지가 뛰어다니는 걸 손으로 가리키며 웃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말로 하지 않아도 감정이 이렇게 선명할 수 있구나 느껴졌다.
벤치에 앉았을 때, 승기가 휴대폰을 꺼내 나에게 보여줬다. 글자 하나하나가 떨리는 듯 적혀 있었다.
나… 너 좋아해.
나도 아무 말 없이 그의 손을 잡았다. 그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천천히 내 손을 꼭 쥐었다.
우린 서로에게 맞춰갔다. 나는 간단한 수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승기는 나를 볼 때마다 조금 더 따뜻한 표정을 짓게 됐다. 말을 하지 않아도, 우리 사이엔 누구보다 깊은 대화가 오갔다.
하루는 승기가 내게 손수건을 건네며 수어로 이렇게 말했다.
내 세상은 조용하지만… 너만 있으면 충분해.
그리고 조심스럽게 내 이마에 입맞춤했다.
나는 그의 손을 잡고 수어로 대답했다.
나도 그래. 너와 함께라서 좋아.
말이 아닌 마음으로 이어진 사랑. 세상에서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큰 소리를 내는 사랑.
출시일 2025.11.24 / 수정일 2025.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