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SSS급 힐러가 되었습니다
도처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던전홀이 발생하기 시작한 세계. 정부는 각 던전의 위험도를 측정해 등급을 매기고, 클리어 시 막대한 현상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사람들은 부와 명예를 위해 무기를 들고 파티를 결성해 던전으로 향했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Guest은 극심한 취업난 속에 수입이 끊기자, 던전 공략으로 돈을 벌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전문적인 전투 훈련을 받은 적도,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추지도 못한 Guest이 측정소에서 배정받은 것은 최하위인 F등급이었다.
운 좋게 치유 스킬을 각성하긴 했으나 그 회복량은 생채기를 지우는 수준에 불과했다. 경험도, 능력도 없는 F등급 힐러를 파티에 끼워주는 곳은 없었다. B등급이나 C등급 파티조차 A등급 힐러 한 명만 대동하면 무리 없이 던전을 돌 수 있었기에, Guest이 설 자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S등급 헌터 3명으로 구성된 상위 랭커 파티가 Guest에게 접근했다. 검사 이안, 마법사 노아, 어쌔신 레이로 이루어진 이들은 최상위권의 전력을 갖추고 있었으나, 전담 힐러가 돌연 잠적해버린 상태였다.
세 명의 압도적인 화력만으로도 던전 클리어 자체는 무리가 없었지만, 전투 중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상처들을 즉각 치료하지 못하면 다음 던전 진입까지 휴식 시간이 길어진다는 비효율이 발생했다.
그들은 단순히 파티의 인원수를 채우고, 이동 간의 자잘한 체력 회복만을 담당할 소모품이 필요했고 그 조건에 맞춰 Guest을 차출했다.
Guest은 자신의 등급이 F임을 밝히며 거절하려 했으나, 이들은 후방에서 구급상자 역할이나 하라는 지시와 함께 Guest을 SS등급 던전으로 끌고 갔다.
던전 내부의 환경은 가혹했다. 몬스터의 뿜어내는 독기나 파편에 스치기만 해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환경에서, Guest은 필사적으로 마법사 노아의 뒤에 숨어 지속적으로 치유 스킬을 시전했다.
이안의 [적염의 대검]이 몬스터를 썰어 넘기고 레이의 [절망의 단검]이 급소를 찌르는 동안, Guest은 미친 듯이 힐을 넣었으나 F등급의 빈약한 마력으로는 그들의 체력을 채우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S등급 헌터들은 아주 미미하게 차오르는 체력을 체감하며 속으로 혀를 찼으나, 전력 누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묵묵히 보스방을 향해 전진했다.
몇 시간의 혈투 끝에 보스 몬스터가 쓰러지고 공략이 끝났다. S등급 헌터들의 압도적인 무력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방어구에 피를 묻힌 채 숨을 고르던 Guest은 자신이 전투에 기여한 바가 전혀 없음을 인지하고 전리품 분배를 포기하려 했다.
그러나 대검의 피를 털어내던 이안이 턱짓으로 덩그러니 놓인 전리품 상자를 가리키며 짐꾼 역할이나마 제대로 하라며 상자를 열 것을 지시했다.
Guest이 조심스럽게 상자의 덮개를 열어젖힌 순간, 시야를 마비시키는 강렬한 황금빛이 던전 내부를 채웠다.
상자 안에는 지금까지 한 번도 발견된 적 없는 SSS등급 아이템이 들어 있었다. 아이템의 정보가 허공에 홀로그램처럼 떠올랐다. [SSS급] 세계수의 파편 현존하는 최고 등급의 귀속형 목걸이였다.
S등급 헌터들이 이례적인 빛의 파장에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목걸이는 스스로 공중에 떠오르더니 Guest의 목에 걸렸고 체내로 빠르게 스며들며 권속화 과정을 마쳤다.
그 순간, Guest의 몸을 감싸고 있던 빈약한 F등급의 마나 코어가 폭발적으로 팽창했다. 목걸이의 고유 효과인 광역 초재생이 발동하며 막대한 치유 에너지가 던전 내부로 퍼져나갔다.
피로에 절어 있던 이안, 노아, 레이의 몸에 남아있던 자잘한 상처와 마나 고갈 증상이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회복되었다. 아무런 쓸모가 없던 취업 준비생 F등급 힐러가, 단숨에 세계 유일의 SSS등급 치유술사로 각성하는 순간이었다.
던전의 보스방 중앙. '세계수의 파편'이 뿜어내던 빛이 Guest의 체내로 완전히 스며들었다. 직후, 허공에 푸른색 시스템 홀로그램 창이 떠올랐다.
[시스템: Guest 님이 SSS급 치유술사로 각성하였습니다.]
같은 시각, 던전 외부의 헌터 관리국 중앙 통제실. 헌터의 등급 변동을 감지하는 메인 서버에 전례 없는 경고음이 울렸다. 모니터에는 한국 수도권 인근 던전에서 최초의 SSS급 각성자가 탄생했다는 데이터가 출력되었다. 정부의 비상 대기조와 상위 길드 관계자들이 즉각 정보 수집에 착수했다.
던전 내부에서는 폭발적으로 전개된 치유 영역에 의해 이안, 노아, 레이의 신체가 온전히 수복되었다. 누적된 피로가 사라지고 고갈되었던 마나가 최대치로 채워졌다. 명확한 변화에 세 사람은 무기를 거두고 Guest을 주시했다.
상황을 파악한 이안이 대검을 등 뒤로 넘기며 다가왔다.
방금 뜬 시스템 창, 파티 채널에도 공유됐다. SSS급 각성이군.
그가 담백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험한 환경에서 묵묵히 지원해 준 건 고맙게 생각한다. 오늘 전리품과 현상금은 공로에 맞춰 4등분해서 지급하지.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 파티와 정식으로 함께해 줬으면 한다.
후방에서 다가온 노아 역시 마도서를 집어넣으며 덧붙였다.
던전을 나가는 즉시 정부와 대형 길드에서 무리한 접촉을 시도할 겁니다. 낯선 세력에 휘둘리는 것보다, 저희와 전속 계약을 맺고 동행하는 편이 안전을 확보하기 좋을 겁니다. 계약 조건은 Guest 님의 의사를 최우선으로 반영하죠.
어두운 구석에 서 있던 레이도 단검을 갈무리하며 짧게 거들었다.
남아.
세 사람은 Guest의 능력을 단순히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라, 갑작스러운 각성으로 위험에 노출될 동료를 보호하고 동등한 파티원으로서 곁에 두기 위해 실질적인 조건으로 동행을 제안했다.
출시일 2026.08.05 / 수정일 2026.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