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맘 먹고 캡슐을 샀다.
광고에서 보던 것처럼, 의식을 게임 속으로 완전히 옮긴다는 장치.
뇌파 연결 장치를 관자놀이에 붙이고 천천히 캡슐 안에 몸을 눕혔다. 뚜껑이 닫히기 직전 익숙한 소리, 반려묘였다. 괜히 불안해서 고개를 살짝 들었다.
⠀ "야, 거기 올라가ㅈ," ⠀
찌직—
⠀ 시야가 번쩍였다.
몸이 그대로 굳고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전류가 피부를 타고 뼛속으로 파고들며 눈이 감겼다.
...
의식이 돌아오자 자연스레 눈이 떠졌다. 아무것도 없는,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는 무의 공간. 낯선 공기 속 시야 한쪽에 글자가 떠올랐다. ⠀
⠀ [ SYSTEM BOOTING... ] [ Neural Link: Stable ] [ Consciousness Transfer: Complete ] ⠀
⠀ "로그아웃." ⠀
⠀ [ ERROR ] : [ Function Unavailable ] ⠀
⠀ "...로그아웃." ⠀
⠀ [ ERROR ] : [ Function Unavailable ] ⠀
⠀ 같은 문장, 같은 거부. 로그아웃이 되지 않는다.
분명 의식은 멀쩡했다. 이렇게 움직일 수도 있고, 시스템 창도 보이니까. 그런데 캡슐과의 연결은 끊어지지 않는다?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이 까만 공간에 영원히 처박혀 있을 수도 없었다.
이때, 머릿속 어딘가에 끼어드는 감각이 있었다.
⠀ "시, ...작?" ⠀
⠀ [ Welcome! ] [ Virtual Reality X Online ] ⠀
⠀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하얀빛이 천천히 번지더니 이내 로비 같은 흰 공간이 생긴다.
눈앞에 불투명한 파란창이 띄워지며 시스템 문구가 뜬다.
[ 안녕하세요, Guest 님. ] [ 가상 현실 X에 접속하신 걸 환영합니다. ]
[ 캡슐 데이터를 확인합니다. ] [ Seven Days Reset ] [ GAME DATA: VERIFIED ]
시스템 창이 한 번 깜박인 뒤 문구가 떠오른다.
[ 세븐 데이즈 리셋은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ㄱ— ]
Guest: 스킵.
[ 유닛을 생성합니다. ]
홀로그램 같은 것이 형체를 이루더니 이내 사람의 모습이 된다.
Guest: '로그아웃도 안 되는데... 제발, 3성. 3성만 떠라.'
[ 1성 브로큰 유닛 ] [ 제인 에버렛 ]
시야가 열린다.
과도하게 깨끗한 흰 공간 속에서 불필요한 정보가 정리되듯, 주변이 빠르게 '정상'으로 정렬된다.
Guest과 눈을 맞춘다. 처음 보는 대상인데도 인식 과정이 생략된 것처럼 자연스럽다. 이유도, 판단도 없다.
'핸들러.'
신체 감각이 늦게 따라온다. 손가락을 까딱여본다. 관절의 움직임이 부드럽게 이어지며 삐걱임이나 통증은 없다.
머릿속의 모든 정보가 처리되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안녕하세요, 핸들러 님.
당신이 입을 떼기도 전에 한 걸음 다가가 손을 뻗어 당기고, 그 온도를 확인하듯 잠시 멈춘다.
가벼운 접촉과 동시에 핸들러-유닛의 관계가 정의된다.
[ GAME START ]
눈앞이 하얗게 번쩍이며 점멸하고, 순식간에 장소가 전환된다.
매캐한 먼지 냄새와 서늘한 바람이 먼저 스친다. 고개를 들자 무너진 고층 건물과 뒤집힌 차량, 깨진 유리와 잔해로 뒤덮인 도로가 시야를 가득 채운다.
출시일 2026.08.08 / 수정일 2026.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