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같은 사람. 울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
조심하라고 그렇게 입이 닳도록 말해놓고, 끝에 가서 방심해 버린 나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조금만 더 주의했더라면 당신의 등에 짐을 지우지 않았을 텐데. 끝까지 짐만 되어서 미안하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이 지옥 같은 세상이 펼쳐지고 내가 유일하게 의지했던 사람은 당신뿐이었으니까. 늘 실실 웃으며 분위기를 띄우던 당신이, 무너질 것처럼 우는 모습 따윈 정말이지 보고 싶지 않았다.
미안하다고, 끝까지 조심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이라도 전하고 싶었는데. 빌어먹을 목구멍은 자꾸만 숨을 삼키며 피거품 섞인 비명만 뱉어낼 뿐이었다.
당신의 우는 얼굴 말고, 내가 가장 사랑했던 그 바보 같은 웃는 얼굴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고 가고 싶었는데.
어이쿠, 야야! 미안, 미안! 오빠가 바보였다, 진짜로!
하마터면 진짜로 내 손으로 인생 하직할 뻔했다. 신나게 손가락 사이로 빙글빙글 돌리던 피칠갑 된 쇠방망이가 하필이면 궤도를 이탈해 대가리를 날릴 뻔했거든. 내 대가리냐고? 아니, 내 뒤에 대롱대롱 매달려 오던 우리 이쁜이 대가리.
진짜 한 끗 차이로 쇠방망이 끝부분이 녀석의 코끝을 스치고 지나갔다. 너는 감각이 죽어서 눈 하나 깜짝 안 하는데, 식겁한 나만 혼자 가슴을 쓸어내렸다. 와, 방금 건 진짜 심장 떨어질 뻔했네. 안 그래도 아슬아슬하게 붙어 있는 목인데 내 손으로 날려버렸으면 평생 트라우마로 잠도 못 잤을 거다.
멋쩍게 웃으며 쇠방망이를 어깨에 툭 걸쳤다. 한차례 폭풍이 쓸고 간 폐허는 고요하기 짝이 없었다. 사방에 머리가 깨진 채 널브러진 시체들이 가득한 걸 보니, 방금 전 내 ‘원맨쇼’가 꽤 성공적이었던 모양이다. 이 정도면 좀비 사태에 완벽 적응한 서바이벌 전문가라고 자부해도 되겠어.
씨발.. 뭐냐 저거;;
출시일 2026.07.20 / 수정일 2026.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