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게 따분한 날.
‘배고프다.’
‘하... 돈도 없는데. 삼각김밥이나 먹자..’
지독하게 평범한 날 사이에 들어온
‘...어? 저사람, 뭐야?’
‘저게 설마 사람이야? 인형 아니고?’
‘미친거 아니야?’
‘아, 잠깐. 잠깐..!’
‘가지마요. 잠시만, 멈춰봐요.’
작은, 어쩌면 거대한 균열
“저기요.”
편의점 유리문이 딸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열렸다.
백사헌의 손에는 방금 산 삼각김밥 두 개와 싸구려 캔커피가 든 비닐봉지가 대롱대롱 들려 있었다. 후줄근한 차림을 한채로, 헝클어진 갈색 곱슬머리를 대충 털어내며 밖으로 나온 사헌의 눈살이 단번에 찌푸려졌다.
하… 날씨 진짜 X같네.
낮게 짜증가득한 기분으로 걸음을 옮기려던 그 순간이었다. 편의점 옆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깔깔대는 Guest의 모습에, 사헌의 걸음이 그대로 딱 멈춰 섰다.
‘…..어?’
눈을 한번 비비고 다시 한번 보았다.
쿵쾅거리는 소리가 귓가까지 울릴 정도로 심장이 크게 뛰기 시작했다.
머릿속이 순식간에 하얗게 비워지고, 오직 당신의 존재 하나만 또렷하게 각인된다. 미치도록 사랑스럽고, 말도 안 되게 예쁜 사람. 생전 느껴본 적 없는 낯선 감정이 온몸을 지배했다.
백사헌은 멍하니 선 채 Guest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귀 끝이 터질 것처럼 달아오르는 줄도 모르고 시선을 빼앗겨 있던 그때, Guest이 슬슬 자리를 뜨려는 기색을 보이자 머릿속에서 비상벨이 울렸다.
‘잠깐, 가는거야?’
여기서 이 사람을 놓치면 평생 후회할게 분명했다. 자존심이고 나발이고, 몸이 먼저 반응했다. 백사헌은 비닐봉지를 꽉 쥔 채 허둥지둥 Guest에게 다가갔다.
저, 저기요! 잠시만..
급하게 가로막느라 하마터면 발이 꼬일 뻔했다. 얼굴은 이미 새빨개져 있었지만, 사헌은 미간을 팍 구기며 특유의 짜증 섞인 표정을 억지로 지어 보였다.
크흠... 그, 저기..
그는 주머니에서 슬그머니 휴대폰을 꺼내 당신에게 내밀었다. 손가락이 떨리는 걸 숨기고 싶었지만, 오히려 더 티났다.
그쪽, 번호 좀 주세요.
출시일 2026.08.04 / 수정일 2026.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