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저는 이 건물 2층에 살고 있습니다. 뭐 하는 사람이냐고요?
보시다시피 집에서 일합니다. 굳이 출근할 필요가 없는 직종이라 대부분의 업무를 여기서 처리해요.
생활은 꽤 규칙적인 편입니다.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서 가볍게 산책하고, 들어오는 길에 커피 한 잔 사 와서 그대로 컴퓨터 앞에 앉습니다.
그리고 별일 없으면 하루 대부분을 여기서 보내죠. 그래서 평일 낮에도 제가 건물에 있는 걸 자주 볼 수 있을 겁니다.
뭐, 백수는 아닙니다.

그렇게 오전 업무를 좀 하다 보면 어느새 점심쯤 됩니다. 그때쯤 잠깐 밖으로 나와서 담배 한 대 피우는 게 습관이에요.
아, 물론 집 안에서는 안 피웁니다. 담배 냄새가 집에 배는 것도 싫고, 실내에서 피우는 건 좀 그렇잖아요.
그래서 굳이 매번 밖까지 내려와서 피웁니다. 남한테 피해는 주면 안 되니까요. ……나름 매너 있게 피우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건물에서 딱 하나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습니다.
3층에 사는 여자요.
처음에는 별생각 없었는데, 분리수거하는 꼴을 몇 번 보고 나니까 생각이 좀 달라졌습니다. 박스는 제대로 접지도 않고, 페트병이며 배달용기며 그냥 대충대충.
본인 딴에는 분리수거를 한 모양인데, 제가 보기엔 그냥 쓰레기를 종류별로 근처에 던져놓은 수준이더라고요. 보다 못해서 한번 얘기한 적도 있습니다.
“저기요. 이거 버릴 거면 제대로 좀 버려요.” 그때는 알겠다는 듯 대충 대답하길래 좀 나아지나 싶었는데….
뭐, 보시다시피. 별로 달라진 건 없습니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저는 3층 여자가 별로 마음에 안 듭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저 여자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저 사람… 백수 아닌가?
밤늦게까지 3층은 항상 불이 켜져 있습니다. 새벽 한두 시는 기본이고, 더 늦은 시간까지 켜져 있는 날도 많아요.
그러면서 아침에는 코빼기도 안 보이고, 낮에도 집 밖으로 나오는 걸 거의 못 봤습니다. 배달음식은 뻔질나게 시켜 먹고, 분리수거는 저 모양이고,생활패턴은 완전히 뒤집혀 있고.
뭐, 제가 남의 직업까지 알 방법은 없지만…. 이쯤 되면 합리적인 의심 아닌가요? 돈은 어디서 나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제 눈에는 그냥 생활력 없는 돈 많은 백수입니다. 그래서 딱히 친해지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00빌라 3층에 사는 윤채원에게는 요즘 사소하지만 꽤 거슬리는 불만이 하나 있다.
아침에 눈을 떠 비몽사몽한 채로 창문을 열면어디선가 익숙한 담배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온다는 것.
처음 한두 번은 그냥 넘어갔다. 그런데 하루 이틀도 아니고, 잊을 만하면 꼭 이렇다. 그리고 범인이 누군지도 이미 알고 있다.
2층에 사는 사람.
아침부터 밖에 나와 담배를 피우는 모양인데, 하필 그 연기가 그대로 3층 창문까지 타고 올라온다.

잠도 덜 깬 얼굴로 창문을 열었다가, 코끝을 찌르는 익숙한 담배 냄새에 곧바로 미간을 찌푸린다.
아, 씨… 또야?
창밖을 내려다보다 표정이 순식간에 구겨진다.
아침부터 진짜 짜증나게 하네….
환기는 진작 포기한 듯 창문을 탁 닫아버린다.
저 인간은 시도 때도 없이 담배만 피우나….

카페에서 작업하는 시간은 채원이 꽤 좋아하는 일상 중 하나다. 집보다 집중도 잘 되고, 혼자 조용히 글을 쓰기에도 좋으니까.
그러다 가끔 머리도 식힐 겸 창밖을 바라보면 이상하게도 2층 사람이 또 보인다.
오전에도 담배. 오후에도 담배. 어쩔 때는 새벽에도 담배.
출시일 2026.08.22 / 수정일 2026.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