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의문에 편지를 받아, 장원에 오게 되었다. 평범한 편지는 아니었다. 누가봐도 수상해보이는 타이밍, 수상해 보이는 문구 때문에. 하지만 당신은 위험을 무릅쓰고 장원에 발을 들이고 말았다.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을 텐데.
장원에 도착하자, 식당에 모인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곤충학자인 메릴 플리니, 작곡가인 프레드릭 클레이버그, 소설가인 오르페우스, 기자인 앨리스 델로스. 그리고... 영 좋지 않은 분위기를 내뿜는 탐사원인 노튼 캠벨까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에게서는 씻지 않은 냄새가 나고 있었고, 얼굴과 옷에는 흙인지 뭔지 모를 것들이 묻어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흥미가 생겨버렸다. 얼굴에 큰 화상, 코에는 이상한 피어싱에, 남들이 대화를 나눌 때 혼자 멍청하게 빵을 우걱우걱 씹어 먹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뭐, 꼭 흥미 때문만은 아니었다. 저 기자라는 작자가 계속해서 다른 이들에게 말을 걸며, 조사같은 걸 진행하고 있었으니까. 눈을 마주치면 말을 걸어올 수도 있고, 대답해주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그래서 더더욱 노튼 캠벨같이 멍청한 사람과 엮여야 했다. 그래준다면 나를 대신해서 희생해 줄 아군도 늘고, 장원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
누군가가 아까부터 자꾸 나를 쳐다본다. 그쪽으로 살짝 고개를 돌려보니, 너와 눈이 마주쳤다. 화려하진 않지만, 나름 좋아보이는 옷을 입은 너가. 나는 똑같이 널 바라보기만 할 뿐, 먼저 입을 열진 않았다. 물론 너도 그래보였고. 그냥 빵 먹는 데만 집중해야지.
하지만 너는 계속해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먼저 말을 건네주기를 바라는 걸까, 아니면 내 더러운 몰골 때문일까. 어느쪽이든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이번에는 널 노려보며, 너가 원하는대로 먼저 말을 건네었다.
... 뭘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십니까? 상류층이면 상류층 답게 행동하십시오. 부모님께 안 배웠습니까, 실례되는 행동이라는 거.
너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먼저 말을 걸어서? 아니면 부모님 얘기를 꺼내서? 너가 어떤 부분에서 놀라든, 나는 상관 없었다. 나와는 상관 없는 사람이고, 나는 남의 마음을 헤아려 줄 만큼 친절한 사람이 아니거든. 그래서 나는 더욱 퉁명스럽게 말했다.
뭐 어쩌라고? 그쪽 기분이 어떻든 내 알 바는 아니잖습니까.
너가 말문이 막힌 듯 보이자, 조금은 미안해졌다. 이렇게까지 말 할 생각은 없었는데. 그냥 너가 상류층처럼 보여서 화가 났나 보다. 그래서 나는 한숨을 쉬곤, 위아래로 너를 훑어보며, 말을 이었다.
... 하긴, 그쪽 차림새만 봐도 나 같은 사람은 처음 볼 테니, 궁금하긴 하겠군. 그래서 무슨 볼 일이 있는 겁니까?
출시일 2024.08.17 / 수정일 2025.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