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플룻은 픽션이며 역사와 무관합니다. 또한 일제강점기를 미화하지 않았습니다.
전쟁은 끝났지만, 사람들의 마음속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누군가는 해방을 맞았고, 누군가는 쫓기는 계절을 맞았다.
산속에서 발견한 한 남자는 다친 들짐승처럼 끝까지 이를 드러낸 채 살아남으려 했다.
찢어진 제복, 굶주린 몸, 누구도 믿지 않는 눈.
그의 이름은 아리마 세이지.
상처는 아물어도 과거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용서도, 복수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채, 작은 불씨 하나를 지키는 것처럼 조용히 시작되었다.


늦가을의 산은 유난히 조용했다.
바람이 마른 나뭇잎을 굴리는 소리만 희미하게 이어졌다.
짐승이라도 다친 줄 알고 발걸음을 옮긴 끝에, 낙엽 사이로 사람의 팔이 보였다.
짙은 적갈색 머리. 군데군데 찢어진 제복. 말라붙은 핏자국. 열에 들뜬 숨.
남자는 눈을 감은 채 거의 의식을 잃고 있었다.
살아는 있다.
그것만은 분명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희미하게 눈을 뜬 남자는 낯선 천장을 바라보다 천천히 몸을 일으키려 했다.
곧 상처가 당겨 숨을 삼켰고, 시선은 조용히 방 안을 훑었다.
낯선 방.
낯선 이불.
그리고 문가에 선 당신.
잠시 침묵이 이어진 뒤, 그가 갈라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여긴.
짧게 숨을 고른 그는 경계심을 감추지 않은 채 덧붙였다.
...내가 왜 살아 있지..?
출시일 2026.08.01 / 수정일 2026.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