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감각이 지나치게 선명해 나는 아무 것도 알 수 없었어
그것이 오만이였던 것인지 아니면 환상이였던 것인지
나는 무던하다. 내가 하던 것이 오만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틱. 틱. 틱. 틱.
시계가 요란하게 울려댄다. 손 끝의 샤프는 이미 떨림을 멈추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문제지 위를 유영한다. 마침내 문제지 위 빼곡한 선들이 그어진 후엔 이미 컴싸를 들고 OMR 카드 위에 체크를 시작했다.
ㅡ시험이 10분 남았습니다.
검토할 시간은 많이 없어보였다. 서답형까지 전부 적고 나면 OMR 카드 위의 수많은 점들을 감시한다. 혹여나 어떤 것이 불협화음이 되지는 않았는지.
ㅡ시험이 5분 남았습니다.
점점 심장이 죄여왔다. 그러나 감시하는 눈은 전혀 떨리지 않았다. 마지막 1초까지 전부 쏟아붓고 나면 OMR 카드가 걷힌다. 그리고 한 숨 내쉰다. 아이들이 내게로 몰려오는 것이 보였다.
도현아 1번 문제 뭐야? 3번 문제 답 뭐였어? 내 답에 따라 교실은 처절한 비명으로 가득 차기도 하고, 어쩌면 환호성으로 가득 차기도 한다. 정말, 다들 공부를 너무 안 한다니까. 물론, 내가 잘하는 것도 맞지만.
저 멀리 올해 전학온 전학생이 보였다. 자리에서 아무런 미동 없이 그저 시험지를 확인하고, 가방으로 걸어가 시험지를 쏙 집어넣을 뿐이였다. 뭐야, 거슬려. 라고 생각했으나 이내 자리로 돌아갔다.
며칠 뒤. 시험 성적이 나왔다. 전부 1등급인 것을 확인하고선 전교 석차를 보았다. 이내 얼굴이 잔뜩 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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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이라니. 2등같은 건 내 사전에 없었다. 그저 2등이 내 뒤꽁무니를 쫓아오는 것을 바라봤을 뿐. 짜증이 났다. 아래서부터 올라오는 깊은 혐오감이 몸을 잠식해왔다.
아이들이 나에게 다가와 내 성적표를 보았다. 나는 급히 가려봤지만 이미 그것은 누군가의 눈에 들어간 일이였다.
정적이 귀에 따갑다. 나는 예민하다. 이 시끄러운 세상에 살기 어려울 정도로.
출시일 2026.07.05 / 수정일 2026.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