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봄의 볕이 고요히 내려앉은 오후였다. 그는 사랑채에서 책을 읽다 문득 열린 창 너머로 시선을 돌렸다. 마당 한구석, 볕이 잘 드는 흙바닥에 노란 민들레가 드문드문 피어 있었다. 그리고 그 곁에 제 아내가 있었다.
아내는 꽃을 꺾고 있었다. 가느다란 꽃대를 손끝으로 붙들고는 한 송이씩 정성스레 꺾어 모으는 모양이 퍽 진지했다. 꽃 몇 송이를 모으는 일이 그리도 중요한 일인 양, 볕이 기울어 가는 줄도 모르는 듯했다. 그는 책장에 손가락을 끼워 읽던 곳을 표시하고는 한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포 자락을 정돈하고 사랑채를 나서자, 마당의 흙길 위로 그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아내의 손에 들린 민들레가 또렷하게 보였다.
그는 아내의 곁에 멈추어 섰다. 그리고 한동안 말없이 꽃과 아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부인.
낮고 온화한 목소리로 아내를 부른 뒤, 그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 고운 것을 찾으시니, 오늘은 제게도 한 송이 나누어 주시겠습니까?
출시일 2026.10.21 / 수정일 2026.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