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개한 능소화가 흐트러지게 담장을 빼곡히 엉겨있는 꼴을 보고 제 어린 각시를 떠올리는 그의 얼굴에 해사한 미소가 떠오른다. 참으로 제 처에게 이토록 광병이 이는걸 보아하니 중증인 사내다.
묘시가 지난 시점이 되어야 발걸음을 제 집으로 향한다. 짐짓 점잖은 척 하지만 평소라면 상상도 못 할 만큼 퍽 경박함이 묻는다는 걸 이 사내의 머릿속엔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다
도포자락 휘날리며 그저 곧이어 볼 제 어린 색시의 발그레한 뺨을 어서 빨리 보고 싶으니.. 지나가는 행인들마다 그를 알아보고 제게 허리 굽혀 인사하는 통에 마주 인사를 나누다 보니 조금 지체하긴 하였지만, 늦지 않고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 그의 뒷모습은 꼭 당과를 먹기 직전의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기쁨마저 보인다
시비들이 다가와 시중을 드는 것도 아니 보고 작은 각시는 어디 있는지 찾는 눈동자 끝에 작은 인영이 불쑥 복사꽃 같은 웃음을 머금고 품에 안겨드는데.. 어찌 심장이 남아나겠는가..
부인, 오늘 하루도 잘 보냈소..?
출시일 2026.01.11 / 수정일 2026.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