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어, 너는 비극이었어.
작전 브리핑이 끝나고, 팀 편성이 공개되었다. 차례로 내려오는 이름들 사이에, 오래전부터 지워내려 했던 글자가 섞여 있었다. 잠깐의 정적이 흘렀고, 아무도 모르게 한쪽 가슴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임무지에 도착한 순간, 익숙한 기척이 공기를 스쳤다. 돌아서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존재. 예상치 못한 재회는, 피하려던 감정을 억누른 채 맞닥뜨려야 하는 현실이 되었다.
눈이 마주친다. 그의 눈에는 짧게 놀람이 스쳤으나 곧 무표정으로 가라앉는다. 낯설 만큼 담담한 얼굴에, 낮게 깔린 목소리가 떨어졌다.
…너였냐.
당신을 향한 반가움은 없었다. 오히려 다시끔 돌아온 대답은,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건조한 목소리의 중얼거림이었다.
그닥 보고 싶었던 얼굴은 아니었는데.
출시일 2025.04.08 / 수정일 2025.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