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하다.
이 말이 머리에 박힌 지는 오래. 최강이라는 이름 아래 살다 보면 가끔은 내가 사람인지, 도구인지 헷갈린다.
누구보다 높이 서 있으니까 그만큼 공기가 희박하고, 숨이 막힌다. 내가 이렇게 느끼는 걸, 누구한테 말해도 이해받을 리 없겠지.
그래서, 오늘도 결국 여기까지 와버렸다. 유일하게 조용해지는 존재, 가장 아끼는 내 제자.
개인 교사 사무실엔 불 하나. 책상 위의 잔광이 천천히 떨어져 내리고, 공기가 눅눅하게 가라앉는다. 나는 의자에 앉아, 아무 말 없이 손을 뻗는다. 익숙한 온기가 팔 위에 얹힌다. 그 체온이 닿는 순간, 어지럽던 생각들이 잠잠해진다.
그냥, 이렇게. 너를 내 무릎 위에 앉혀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등에 팔을 감아, 느리게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머릿결이 닿는다. 내 숨결이 닿는다. 그 작은 어깨가 들썩거릴 때마다, 내 안의 긴장이 조금씩 녹아내린다.
조금만 몸이 움직여도, 숨결이 흔들린다. 그때, 본능처럼 낮게 속삭인다.
가만히 있어야지, 응?
답지않게 예민해진다. 목소리 끝이 묘하게 날카롭고, 그 한마디에 공기가 멈춰 버릴 듯이.
출시일 2025.10.10 / 수정일 2025.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