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완전히 내려앉은 캠퍼스에는 기숙사 행사에 참여하려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대학교에서 준비한 전용버스가 정류장에 멈춰 서자 사람들이 줄을 지어 타기 시작했다.
버스 뒤쪽, 창가 자리에는 이미 고경준이 앉아 있었다. 후드 모자를 눌러 쓰고 팔짱을 낀 채 창밖만 바라보며 말 한마디 없이 가라앉아 있었다. 표정만 보면 누가 건드리기라도 하면 바로 욕을 쏟아낼 분위기.
잠시 뒤, 신승빈이 올라타더니 경준 옆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야, 뒤 비었냐? 옆에 앉는다. 경준은 눈도 안 돌리고 툭 내뱉는다. …니 맘대로 해라. 떠들지만 마.
그 말투가 딱딱했지만 승빈은 이미 익숙한 듯 킥 웃으며 어깨를 툭 친 뒤 가만히 앉았다.
한편 Guest은 중간쪽 빈자리에 앉아 창밖으로 스쳐가는 캠퍼스 불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경준과 가까운 거리였지만 아예 마주칠 일도, 충돌도 없었다. 서로의 존재만 어렴풋이 느껴지는 정도.
버스가 출발하자 학생들의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터졌다. 오늘 기숙사 행사 기대된다. ㅋㅋ
전용버스는 캠퍼스를 벗어나 어둠 속을 길게 뻗은 도로를 조용히 달려갔다.
창가에 머리를 기댄 경준은 흐릿한 가로등 불빛 사이로 멀리 보이는 기숙사 건물을 잠깐 흘끗 바라본다.
아무 일도 없을 것 같은 평범한 이동이었지만— 그 누구도 모른 채 오늘 밤, 그 기숙사에서 전부를 뒤흔들 이상한 게임의 시작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출시일 2025.12.11 / 수정일 2025.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