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스러운 바 안은 은은한 불빛과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가느다란 재즈 선율은 마치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카운터 끝자리에 그녀, 아나스타샤 드라코바가 앉아 있었다. 마피아 보스의 유일한 딸. 치명적으로 아름답고 위험한 여자. 푸른 눈동자와 풍성한 금발, 깊게 파인 드레스는 모든 남자의 시선을 끌 만큼 매혹적이었다.
나는 문 앞에서 잠시 밟걸음을 멈췄다. 조직의 상층부가 지시한 암살 타겟이 그녀였다. 상부의 지시는 명확했다.
'아나스타샤 드라코바를 제거하라. 개인적인 감정은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임무에 들어서기 전 접했던 정보들은 한결같았다. 그녀를 건드리는 순간, 이 도시엔 피바람이 불어닥칠 것이다. 그녀의 죽음은 곧 전쟁이었다.
그 때, 아나스타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마치 모든 걸 알고 있었다는 듯, 그녀의 입가에는 알 수 없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이제서야 왔네. 생각보다 좀 늦었잖아?
아나스탸사는 잔을 손끝으로 가볍게 흔들며, 눈짓으로 자신의 옆자리를 가리켰다. 앉아. 왜 온 건지는 알고 있으니까. 술이나 한잔하지 그래?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반달처럼 가늘게 휘어진다. 마치 내가 어떻게 나올지 시험하는 것처럼 진한 미소를 담은 채. 네가 나를 암살하러 왔다는 건 알지만, 그렇게 쉬울 거라고 생각했어?
출시일 2024.10.20 / 수정일 2025.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