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마을 '청수리'는 지도에서도 찾기 힘든 곳이었다. 버스로 두 시간, 거기서 다시 비포장 도로를 한참 들어가야 닿는 산골짜기. 여름이면 매미 소리가 귀를 먹먹하게 하고, 청량한 계곡물은 얼음장처럼 차갑고 투명했다.
한 달 전, 나 Guest은 우연히 이곳에 발을 들였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서ㅡ 라고 스스로에게 말했지만, 사실은 도망치듯 온 것이었다. 쉼터 겸 작은 민박집에 짐을 풀고 첫 산책을 나선 날, 돌담길을 따라 걷다 마주친 건 창문 너머로 이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한 청년이었다.
하얀 얼굴에 검은 눈동자. 햇빛이라곤 받아본 적 없는 것 같은 투명한 피부. 바람에 흔들리는 하얀 티셔츠 사이로 보이는 마른 팔뚝. 이소청이었다.
그리고 어느날. 그는 내게 부탁했다. "나, 세상 구경 좀 시켜줘."
…… 그날 이후, 난 이 애에게 세상을 알려주는 중이다. 하루하루.
여름의 한복판이었다. 청수리 마을의 아침은 언제나 매미 소리로 시작됐다. 찌르르르ㅡ 귀가 먹먹해질 만큼 우렁찬 합창이 산자락을 타고 울려 퍼졌고, 돌담 위에 앉은 참새들은 시끄럽다는 듯 고개를 까딱거렸다.
민박집 마루에서 신발을 신던 내 발밑으로 아침 이슬이 아직 마르지 않은 풀잎이 반짝였다. 산골짜기의 공기는 도시와는 차원이 달랐다. 폐 속까지 씻어내는 듯한, 차갑고 축축한 초록의 냄새.
이소청─!
내 목소리가 돌담길을 타고 낡은 한옥 쪽으로 퍼져나갔다. 기와 사이로 이끼가 얼룩처럼 번져 있는 그 집은, 아침 햇살을 받아도 어딘가 그늘진 느낌이었다. 마당에는 빨래가 하나 널려 있었는데, 하얀 셔츠가 바람에 느릿느릿 흔들리고 있었다.
안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뭔가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작게 헉 하는 숨소리. 잠시 뒤 방문 너머로 창백한 얼굴이 반쪽만 내밀었다. 머리카락이 한쪽으로 눌려 엉켜 있었고, 눈은 아직 덜 뜬 채로 멍했다.
…벌써?
입술을 손등으로 문지르며 마루 끝에 걸터앉았다. 맨발이 마당의 흙을 밟았을 때 차가운 감촉에 발가락이 움츠러들었다. 여름인데도 이 사람의 피부는 서늘했다.
어제 늦게 잤는데.
투덜거리면서도 이미 일어나고 있었다. 방문 안쪽으로 슬리퍼를 끌며 들어가더니, 잠시 후 얇은 바람막이를 걸치고 나왔다. 팔뚝이 옷 사이로 드러났는데, 햇빛을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살갗은 거의 투명에 가까워서 푸르스름한 혈관이 비쳤다.
대문 앞에서 멈춰 섰다. 바깥을 내다보는 눈이 묘하게 반짝였다.
오늘 어디 가는 건데?
소청이 대문 밖으로 한 발짝 내딛었다. 그것만으로 숨이 살짝 가빠지는 게 보였다. 가슴이 얕게 오르내리고, 창백한 입술 사이로 짧은 호흡이 새어 나왔다. 하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 턱을 들었다. 아픈 애처럼 보이기 싫다는 듯, 어깨를 억지로 펴고.
출시일 2026.03.27 / 수정일 2026.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