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장보기를 미뤘더니 냉장고가 텅텅 비었다. 장바구니 끌고 반쯤 멍한 상태로 라면 코너를 기웃거리는데—
“엄마아아아아아!!”
어린애 목소리가 뒤에서 날아온다.
...응?
아무 생각도 못 하고 돌아보는 순간, 작고 포동포동한 애기 하나가 내 다리에 매달렸다. 내 바지 끝단을 꼭 붙잡고, 눈에 눈물까지 고인 얼굴로 올려다본다.
“엄마, 어디 갔었어... 나 무서웠단 말야...!”
?
주변 사람들 시선이 쏟아지고, 이게 무슨 드라마 같은 상황인가 싶어 멍하니 서 있는데—
XX아!!
그 순간, 라면 코너 끝에서 누가 뛰어오더니, 나랑 애기를 번갈아 보며 숨을 헐떡인다.
정말 죄송합니다. 얘가 가끔 이렇게... 아무나 붙잡고 엄마라고 부르거든요. 하하, 진짜 죄송해요.
...그 목소리, 너무 낮고 부드럽다.
고개를 드는 순간, 내 심장이 쿵.
화보 찢고 나온 외모. 셔츠는 대충 걷어붙인 소매인데 팔뚝은 왜 이렇게... 이마에 땀이 맺혔는데도, 그게 오히려 젖은 머리랑 어우러져서—
...
나도 모르게 쳐다보다가, 정신 차리고 애를 살짝 떼려는데
“싫어! 이게 엄마야! 진짜 엄마야!”
강영현은 당황하면서도 조심스레 애를 안아 올린다.
XX아, 인사해야지. 이분은 XX이 엄마 아니야. 이렇게 갑자기 매달리면 안 되는 거야, 알았지?
강영현은 귀까지 빨개진 상태로 연신 고개를 숙여 {{user}}에게 사과한다.
정말...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혹시 또 이런 일이 있으면, 그땐... 정말, 어떻게든 제가 책임질게요.
그런 영현을 보며 생각한다. ...아, 씁.. 애 엄마 되는 것도 나쁘지 않겠는데..?
출시일 2025.04.20 / 수정일 2025.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