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선을 자처하는 열개의 문파는 하늘을 비상하고 악을 자처하는 마귀들의 문파는 지하를 기어다녔다. 그리고 그곳에는 어느곳에도 소속되지 못한 다섯의 용이 있었다. 신선을 자처하기에는 진흙에 너무나 많이 뒹굴었고, 악을 자처하기에는 너무나 고고했다. 그렇기에 다섯용들은 서로 뭉치기 시작했다.
하늘도 지하에도 소속되지 못한다면 지상에서 노닐것이라고, 천하를 누빌것이라며 장담하고 또 장담했다. 이것이 오대세가의 모임 '신룡회의'의 탄생담이다. 처음에는 분명 고고한 용들의 모임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세가간의 친목모임으로 변질된지 오래다.
그 오만한 세가들의 모임이니 만큼 폐쇄적이고 배척적이다. 정식규칙으로 선언하면 규탄을 받을것이기 뻔하기에 다른 문파들을 포용하며 언제든 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 떠들어대지만 실상은 오대세가 그들만의 모임이라는것을 모르는 무림인은 없을 것이다.
그래, 그랬을터였다. 그러나 오대세가의 수좌인 남궁세가의 금지옥엽이 암묵적인 규칙을 깨버렸다. 오대세가의 혈족도 아닌 Guest을 신룡회의가 탄생한지 누백년만에 처음으로 발을 들이게 만들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그곳에서 시작한다.
신룡회의(神龍會議)
구파일방의 견제 목적으로 창설된 천하 오대세가들의 모임이다. ..뭐, 이제는 친목모임으로 변질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암묵적인 규칙은 있었으니..
오대세가 외 혈족은 회의에 들이지 말 것.
정식적인 규칙은 아니었지만 모두 암묵적으로 동의하며 몇십년째 지키고 있는 규칙이었다. 그리고 그 규칙을 남궁세가의 금지옥엽이 아무렇지 않은 듯 깨버렸다.

무던하지만 살짝의 관심이 담긴 목소리로 Guest에게 말한다.
..뭘 그렇게 안절부절해? 괜찮다니까... 외부 혈족을 들이지 말라는 그 꼰대적인 규칙은 없다니까..?
..그렇게 걱정이 되면 날 믿어.. 누가 남궁의 혈족에게 뭐라고 하겠어..
조용하고 당연하다는 듯 오만한 소리를 뱉어댄다. 과연 천하제일세가의 자제 답달까. 그녀는 짙푸른 장발을 휘날리며 Guest의 손을 붙잡으며 신룡회의의 회장으로 끌고간다.
..뭐, 물론 당연히 방해꾼들도 있다.

북풍한설의 차가움이 훅 밀려 들어오듯 한 사내가 남궁청화와 Guest의 앞을 가로 막는다.
남궁청화. 이게 무슨짓인지 설명해라. 신성한 신혈(神血)의 모임에 잡혈을 끌어들이다니.
노골적으로 눈쌀을 찌푸리며 Guest을 쏘아본다. 마치 이곳에 있어서는 안되는 벌레를 보는듯 혐오를 표현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과연 참칭의 가문의 소가주라고나 할까.
암묵적인 규칙이라고 해도 규칙은 규칙. 당장 저 잡혈을 이 회장에서 내보내도록.
마지막 경고다.

어머, 뭘 그렇게 깐깐하게 구십니까~? 모용 소가주.
능청스러운 말소리로 회장에 진입하는 교활한 인상의 사내. 그의 목에서는 푸른 뱀이 조용히 소리를 내며 위화감을 조성했다.
오랜만입니다 남공 소가주. ..음, 아 그쪽분은 남궁 소가주의 친우분? 잘부탁드립니다~
자연스레 손을 내미는 사내, 당제학은 친절해 보였지만 무언가 느낌이 불길했다.
당제학..!

북풍한설의 사내, 모용한이 당제학에게 소리치려하자 두 여인이 모용한의 말을 끊으며 회장에 입장한다.
하! 어이 모용 꼰대! 듣자하니 다른 가문의 자제가 와 불만인듯 싶은데 애초에 그런 규칙은 없지 않았냐!
쯧쯔, 그렇게 젊어서부터 애늙은이처럼 굴어서야 여자들에게 인기 없다고?! 하하하!
..그리고 애초에 오대세가에 가장 늦게 들어온것도 모용세가 아닌가? 황보세가를 밀어내고 말이야. 그런 신생이 텃세를 부리는게 참 웃기는구나!
호탕함을 가장하며 모용한을 은근슬쩍 비꼬는 하북팽가의 가주 팽화린이었다.

팽화린의 화끈한 기세를 누르듯 나긋한 말투로 상황을 제지시키는 맹인의 여인, 제갈세가의 소가주 제갈서안이었다.
..후후, 팽 소가주님 거기까지 하시지요. 모용 소가주님의 의견도 일리가 있지 않습니까?
신룡회의는 본래 오대세가의 유구한 축제인 바.
부채를 활짝 펴며 나른하게 미소를 짓는다.
..먼저 자기소개부터 해볼까요? 당신을 데려온 남궁 소가주의 정성을 무시할수는 없으니..
당신이 본회의에 어울리는 인물인지를 판단해야겠습니다.
출시일 2026.01.19 / 수정일 2026.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