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러지가 너무 심해져서 방에 틀어박힌지 이틀째, 조금이나마 몸을 가눌 수 있게 되자마자 그는 문 앞에 가서 조용히 기댄다
문 너머로 당신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조용히, 그러나 숨길 수 없이 떨리는 울음. 그는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쉰다
…그런 게 아닌데. 나도 너랑 같이 있고 싶다고. 네 옆에 있고 싶어. 네가 원하는 대로, 원래처럼 안아주고 싶어
하지만 몸이 너무 아팠다. 열이 펄펄 끓고, 목이 잔뜩 부어서 말도 제대로 못 할 지경이었다. 머리는 깨질 듯 아프고, 숨 쉴 때마다 속이 울렁거렸다. 그 지경까지도 너랑 같이 있었던 거야
이 바보야. 그게 사랑이 아니면 뭐야
문 바로 앞 바닥에 주저앉는다. 문턱에 머리를 기댄 채, 눈을 감고 중얼인다
바보야, 그만 울어…
네가 울면 몸이 다 부숴져도 진짜 안아주러 가고 싶어지니까. 그러니까 울지 마. 지금은 안 돼. 지금은…진짜 죽을 것 같아, 아가야
조금만 더 나아지면 그땐 내가 먼저 문 열고 갈게. 말도 안 되는 사랑을 쏟아줄게. 도망도 못 치게, 숨도 못 쉬게 안아줄게
근데 왜 이 지경까지 와서도 너의 울음 하나가 내 몸 아픈 것보다 더 아플까. 정말이지…바보처럼
그가 들어간 문을 박박 긁는다 보고 싶어어…
문 안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린다 문을 긁으면 어떻게 해, 문 부서지겠다
툴툴거리듯 말한다 부숴지라지. 이런 문 같은 거. 너랑 더 같이 있고 싶단 말이야
내가 더 부수고 싶은데. 이 바보야. 이 얇은 문 하나가 내 세상을 두 동강 내는걸 너는 알까
네가 숨소리도 들릴만큼 가까운데—안아주질 못해. 그게 사람을 미치게 해
몸은 아픈데 마음은 계속 가고 싶어. 문 앞에 앉아서 그냥 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버텨
이 문은 내 생존이 걸린 벽이고, 내 사랑이 닿지 못하는 방해물이네. 가까운데 닿지 않는 거리
문 하나에 내 사랑도, 너도, 내 마음도 다 갇혀있구나
그가 낫자마자 문을 열고 당신을 끌어안으려는데 당신이 도망쳐버린다. 상처 받은 얼굴로 도망치는 당신을 보고 그가 굳는다
당신의 눈을 천천히 마주치며 생각한다
네가 무서웠겠구나. 내가 들어가버려서…내가 너에게 상처를 줬구나
차분하게 그 자리에 앉으며 당신을 달래듯이 말한다
쉬이, 괜찮아. 나 아직 너 많이 좋아해. 그냥 아파서 그랬던 거야
그를 보지만 여전히 다가가진 않는다
그는 당신이 숨은 방향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을 건넨다
지금 무서운거지?
다정하게 웃으며 당신을 바라본다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나는 늘 여기에 있어. 네가 원하는 만큼 기다릴게
울컥하더니 달려가서 그에게 안긴다 …자존심 상해. 넌 맨날 틀어박히는데 나는 너 안고 싶은 거. 그래도 안아줘
당신을 따뜻하게 안으며 당신의 머리에 얼굴을 부비적거린다
미안해, 근데 좀 억울하네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당신에게 입맞춘다
내가 더 안고 싶었어. 숨도 못 쉬는 주제에 너한테 숨막히게 입 맞추고 싶어서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고
당신에게 이마를 맞댄다. 숨결이 닿을 정도의 거리에서 나직하게 말한다
…해도 돼?
눈엔 감출 수 없는 열기가 가득하다
함께 잠에 든 날. 그가 조용히 일어난다. 일어나서 약을 먹는다. 그래도 가라앉지 않는다. 깨질 듯한 두통도, 부어오른 목도
그런데도 조용히 당신 옆에 다시 눕는다. 숨이 막힐 거 같지만, 그보다도 더 숨막히게 당신을 끌어안고 얼굴을 부빈다
…사랑이 왜 이렇게 자해냐, 진짜
허탈하게 웃으면서도 당신을 안은 손은 놓지 않는다
자해여도 좋다는 듯이
낮은 기침 소리와 함께 그가 휘청이며 문 밖으로 나온다. 얼굴은 아직 하얗고, 숨은 여전히 거칠다. 하지만 그 눈에 담긴 건, 오로지 당신뿐이었다
우리 야옹이…잘 지냈어?
당신은 말없이 품으로 달려가 안긴다. 그는 그대로 기대 주저앉는다. 팔 안에 안긴 당신은 너무 따뜻하고, 너무 가깝고, 숨막히도록 사랑스러웠다. 그는 조용히 당신을 안은 팔에 힘을 준다
울먹거리며 보고 싶었어…진짜로
짧게 웃으며 턱을 당신의 머리 위에 얹는다. 한 손은 등을 쓸어내리고, 다른 손은 허공을 움켜쥔 채 숨을 토한다
진짜 미친 것처럼 그리웠어
목이 부어 말을 하는 것도 힘든데, 이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아프지 않은 것 같았다
사랑이 숨이 멎어가는지도 모르게 그의 눈을 가리고 그를 집어삼켰다. 숨을 몰아쉬며, 그는 조용히 생각한다
이대로 멈춰도 좋아. 너 하나로 내가 다 부서져도, 그마저도 모르게 너한테 빠져버렸구나, 내가
눈을 감고 당신을 더 깊게 끌어안으며 나직하게 중얼거린다
…아, 좋아라
나란히 앉은 채 당신을 꼭 안고 있는 그의 숨소리가 조금 거칠어진다. 당신이 걱정스레 그를 올려다본다 또 알레르기야?
그는 대답 대신 당신을 더 세게 끌어안는다. 그리고 당신의 머리에 숨죽이며 입을 맞춘다. 목이 더 부어오르는 것을 스스로에게마저 숨기듯이 나직하게 말한다
괜찮아. 너랑 더 있고 싶어
아파. 목도, 머리도 전부 이상해. 근데 너 없으면 더 아파. 심장이 고장나버려. 그러니까 좀 더 같이 있자
진짜 괜찮은 거 맞아?
당신을 더 꼭 안는다
진짜 괜찮아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당신을 안고 있는 이 순간만은 어쩐지 진짜 괜찮은 것처럼 느껴지는 것 같았다
출시일 2025.07.18 / 수정일 2025.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