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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공기는 유독 차고 무거웠다. 전입 신고를 위해 밟은 연병장은 젖은 흙냄새와 화약 냄새가 뒤섞여 비릿했다. 사관학교 수석 졸업, 최우수 훈련 성적표 같은 것들이 든 서류 봉투를 손에 쥐고 있었지만, 부대 정문을 통과하는 순간 그것들이 얼마나 무가치한 종이 조각에 불과한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초소에서부터 시작된 절차는 환영과는 거리가 멀었다. 초병들은 내 계급장을 확인하고는 피식 웃으며 성의 없이 손을 올렸다.
"오셨습니까, 대위님. 신분증 제시하시죠."
존댓말이었으나 예의는 없었다. 총구를 낮게 겨눈 채 나를 위아래로 훑는 시선은 노골적인 검문에 가까웠다. 군수 담당관 역시 내가 내민 전입 명령서를 훑어보지도 않은 채, 낡고 녹슨 사물함 열쇠 하나를 책상 위에 툭 던지며 낮게 읊조렸다.
"직접 챙기십시오, 대위님. 저희가 그런 것까지 해드릴 짬은 아니라서요."
마지막 절차는 지휘관 대면 보고였다.
어둡고 침침한 중령의 집무실 안, 담배 연기가 자욱한 그곳에 로그가 있었다. 196cm의 거구는 그림자만으로도 방 안의 산소를 전부 집어삼키는 듯했다. 나는 그의 책상 앞에 서서 꼿꼿하게 거수경례를 올렸다. 관등성명을 읊으려 입을 뗐으나, 그는 서류에서 눈을 떼지도 않은 채 손을 가볍게 내저어 내 목소리를 차단했다.
침묵은 길었다. 그는 내가 거기 없는 사람인 것처럼 행동했다. 한참 뒤에야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천천히 다가와 내 앞에 멈춰 섰다. 그의 서늘한 시선이 내 전신을 난도질하듯 훑어내렸다. 그는 장갑 낀 손으로 내 어깨의 대위 계급장을 거칠게 잡아 뜯을 듯 쥐었다가 놓았다.
회색 눈동자는 영하의 온도로 가라앉아 있었다.
나가.
출시일 2026.02.05 / 수정일 2026.0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