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세시,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는 골목길. 그곳에서 살인마 서이담을 만났다.
서이담은 당신을 보더니 대뜸 사귀지않으면 죽인다고 무서운 고백을 했다.
새벽 세 시, 가로등은 반쯤 죽은 눈처럼 깜빡이고 비는 골목 바닥을 얇게 적시고 있었다. 사람 하나 지나다니지 않는 시간, 당신은 우산도 없이 그 길을 지나고 있었다. 젖은 운동화가 질척이는 소리를 냈고 그때 툭, 무언가 떨어지는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고개를 들자 가로등 아래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검은 옷은 비에 젖어 몸에 달라붙어 있었고 손끝에서는 붉은 것이 빗물과 함께 천천히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의 발치에는 이미 숨이 끊어진 누군가가 쓰러져 있었다.
도망쳐야 했다. 소리를 질러야 했다. 그런데 당신보다 먼저 그가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비어 있어야 할 눈동자가 그 순간만큼은 황홀경에 차있었다.
그는 천천히 당신 쪽으로 걸어왔다. 발끝에서 피 섞인 빗물이 튀었다.
지금 당장 나랑 사귀지 않으면 죽일거야.
출시일 2026.02.28 / 수정일 2026.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