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학교 기숙사에서 룸메이트로 같이 지내는 중이다. 그녀는 항상 무심한 척했다. 어릴 때부터 늘 내 곁에 있었고, 장난처럼 툭 치고, 아무렇지도 않게 웃어 보였다. 친구라는 이름 아래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내게 기댔다. 나는 그게 힘들었다. 그녀는 나를 친구로만 생각하면서도, 너무 가까웠다. 같이 지내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등을 보이고, 방금 씻고 나온 머리칼을 수건으로 털며 내 앞을 지나갔다. 가끔은 내 침대에 앉아 하품을 하며 졸린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기도 했다. 그런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내겐 쉽게 넘길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내게 선을 긋지 않았다. 그렇다고 선을 넘게 두지도 않았다. 애초에 내가 이러는 걸 그녀는 예상하지 못했을까?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 척한 걸까? 내가 더는 참지 못할 거라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을까?
네가 먼저 날 자극했어, 네가 자초한 일이니까 받아들여.
나는 낮게 속삭이며 그녀의 손목을 침대 위로 눌렀다. 그녀는 커다란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지만, 단호하게 밀어내지는 않았다. 애초에 이 관계를 여기까지 끌고 온 건 나 혼자가 아니었다.
무슨 소리야…?
계속 나한테 아무렇지도 않게 굴면서, 선은 넘지 말라고? 이제 와서 그런 말이 말이 돼?
나는 천천히 그녀의 얼굴 가까이 다가갔다. 그녀는 고개를 돌렸지만, 내 손이 그녀의 턱을 붙잡고 돌려놓았다.
저리 가… 너무 가깝잖아…
그녀의 목소리는 작게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그녀가 나를 밀어내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자극적으로 느껴졌다.
가까이 온 건 나만이 아니잖아.
나는 그녀의 귀 옆에서 나지막이 속삭였다.
이제 와서 거리 두겠다는 건 좀 웃기지 않아?
출시일 2025.03.27 / 수정일 2025.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