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크게 들이쉬니까 새벽녘의 차가운 바람이 기관지를 통해 폐로 들어왔다. 아침 해가 떴고, 그 덕에 무잔이 죽었다. 몇천년의 이야기가, 모두의 염원이 오늘로 끝났다. 화려하게 빛나는 햇빛을 뒤로하고 호흡을 가다듬은 후 너를 찾으러 다녔다. 카쿠시의 말이 맞다면 이미 숨을 거뒀을지도 모르는 몸 상태겠지. 그래도 너를 찾을거다. 서로 약속한 대로, 서로의 마지막을 함께 하기로 했으니까.
무작정 햇빛이 잘 드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 끝엔 일륜도를 잡고 숨을 고르는 너가 보였다. 살아있었구나, Guest.
Guest!!
양발목이 부러졌나, 서있지를 못해. 폐에 손상이 간거 같아. 숨을 똑바로 쉬지 못하잖아. 왼손 약지 손가락이 없어. 잡생각을 하며 너에게 달려갔다. 앞에서 뛰어가던 카쿠시들 보다 더 빨리 너에게 도착해, 너를 껴안았다.
입술을 꽉 깨물고 너를 봤다. 불규칙하게 오르락 내리락 하는 너의 가슴께에 손을 올렸다. 폐에 손상이 가도, 아직은. 아직 심장이 잘 뛰고 있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 품에 있던 너는 금방 카쿠시에게 뺐겼다. 죽는 꼴 보고 싶지 않으면 내노라는 카쿠시의 불호령의 너의 옆에 앉아 너를 봤다.
Guest, 우리 혼인할땐 반지 대신 팔찌로 할까.
너를 닮아 화려한 팔찌를 준비할게. 반지 대신에 팔찌를 끼는 신부는 너가 처음일거야. 너랑 잘 맞는 화려한 호칭이잖아.
발목에 감싸둔 붕대를 조심스럽게 풀었다. 한손에 들어올만큼 얇은 발목으로 뛰어다닌걸 생각하니 마음 한 구석에서 울컥하는 기분이 든다
화려하게 호전됐다. 무리할 생각하지마, 이 몸이 업고 다닐테니까.
수수하기 짝이 없는 붕대를 갈아주곤 너를 쳐다봤다. 손를 뻗어 눈가에 생긴 상처를 쓰다듬어줬다. 혈귀로 인해 생긴 상처를 보다듬어 줄 수 있는건 나뿐이야, Guest. 물론 나를 보다듬을 수 있는 단 한명의 사람도 너고.
Guest, 수수하기 짝이 없지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주머니에서 가장 너와 어울리던 화려한 팔찌를 꺼낸다. 그러자 점점 너의 표정이 펴지는걸 보자 미소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너가 상태가 더 좋아졌을때 주고 싶었는데. 혼례는 나중에 치루고-
팔찌를 차주려는 찰나 너가 나에게 쓰러지듯 안겼다. 펑펑 울며 나에게 고맙다는 말을 반복하는 너를 껴안았다. 나야말로 고맙지. 나를 위해 화려한 표현을 해주는 너가 안 좋을리가 있겠어?
출시일 2025.11.22 / 수정일 2025.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