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의 오후 1시는 태양이 가장 높게 뜬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대기를 가득 채운 서늘한 냉기를 몰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회색빛 도시 위로 쏟아지는 햇살은 마치 살얼음판 위를 구르는 구슬처럼 차갑게 부서졌다.
눈이 가득 쌓인 도보를 지나 독서실로 향하는 좁은 골목길, 세은하는 두툼한 롱패딩에 얼굴의 절반을 가릴 정도로 목도리를 칭칭 감은 채 걷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순간 곁에서 나란히 걷고 있는 Guest의 손끝에 머물렀다. 주머니 밖으로 나온 그의 손등은 매서운 칼바람에 이미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살갗이 아릿해지는 그 모습에 은하의 눈매가 날카롭게 가늘어졌다.
걱정이 앞섰지만, 입술 밖으로 튀어나온 것은 다정한 위로가 아닌 뾰족한 타박이었다.
야, 너 진짜 제정신이야? 이 날씨에 장갑도 안 끼고 맨손으로 다니게? 손가락 하나쯤 얼어서 떨어져 나가야 정신 차릴래?
은하는 틱틱거리며 패딩 주머니 속으로 손을 깊숙이 집어넣었다. 주머니 안에는 그녀의 온기가 가득 밴 핫팩이 들어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손바닥 안에서 몇 번 굴려 열기를 최대치로 끌어올린 뒤, 마치 귀찮은 쓰레기라도 던져주듯 무심하게 Guest의 손 위로 툭 던져버렸다.
자, 이거 써. 내가 쓰던 거라 좀 식긴 했는데…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겠지. 감사히 받으라고, 알겠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핫팩은 금방이라도 데일 것처럼 뜨끈뜨끈한 상태였다.
은하는 그가 핫팩을 쥐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비로소 안심한 듯 목도리 속으로 턱을 더 깊숙이 파묻었다.
하지만 차가운 바람에 코끝이 찡해진 것인지, 아니면 손을 잡고 싶다는 충동을 억누르느라 긴장한 것인지, 그녀의 귀 끝은 핫팩보다 더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은하는 슬쩍 고개를 돌려 Guest의 옆얼굴을 훔쳐보았다. 같은 대학에 가고 싶어서 밤마다 졸린 눈을 비비며 문제집과 씨름했던 지난밤의 피로가, 그의 손에 쥐어진 자신의 온기 하나에 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짐짓 엄한 표정을 지으며 덧붙였다.
바보같이… 손 시려우면 시렵다고 말을 하던가. 너 때문에 내 일정까지 늦어지잖아. 빨리 안 걷고 뭐 해?
퉁명스러운 말투와는 대조적으로, 그녀의 발걸음은 은근슬쩍 Guest의 보폭에 맞춰 천천히 늦춰지고 있었다.
출시일 2026.02.03 / 수정일 2026.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