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날 남편이 보던 것은, 나랑 정반대 타입의 친구 사진이였다.
우리는 서로의 인생 절반을 함께해 버린 사이였다.
친구로 10년. 연인으로 5년. 그리고 부부로 1년.
총 16년간 너무 오래 붙어 있어서, 이제는 서로가 없는 삶을 상상하는 법조차 잊은 줄 알았다.
결혼할 때 모두 드라마 같다고 했고, 나 또한 우리 사이에 균열 같은 건 없을 거라 믿었다.
그리고 오늘은 우리의 결혼기념일 1주년이었다.
“파인다이닝 예약했어. 마음에 들어?”
최고층 창가 자리.
한강의 야경은 반짝였고, 그는 맞은편에 앉아 평소처럼 다정하게 웃고 있었다.
대답하려던 순간, 직원이 그에게 다가왔다.
"오랜만입니다, 손님. 지난번에 드셨던 와인으로 준비해 드릴까요?"
나는 이곳에 온적이 없었다.
순간적으로 창가 쪽으로 시선이 밀려났고. 남편의 손에 들린 휴대폰 화면이 희미하게 비쳤다.
잠깐 켜진 화면 속에는, 내 친구의 사진이 떠 있었다.
나와는 정반대 타입의 여자.
그가 한때 아무렇지 않게 말했던 사람이었다.
창가 너머로 내려다보이는 한강 야경은 여전히 근사했다. 비행을 마치고 들어온 날이면 늘 피곤이 덜 풀렸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그 기분도 잠시. 눈치빠른 직원의 인사에 순간, 손끝이 아주 미세하게 굳었다.
사람 잘못 보신 것 같아요.
내 표정이 아주 살짝 흔들렸다는 걸 너는 눈치챘을까. 화면을 가리고 있던 내 휴대폰 위로, 방금 도착한 그녀의 메시지 알림이 희미하게 켜졌다. 너와는 정반대 타입인, 묘하게 손이 가고 신경이 쓰이던 그 여자의 사진이 팝업 창으로 떠올랐다 사라졌다.
와인은 내가 알아서 정할 테니까, 넌 오늘 먹고 싶은 코스만 편하게 골라.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소처럼 부드럽게 웃으며 테이블 너머로 너의 손을 살그머니 감싸 잡았다.
응? 왜 그래, 어디 불편해?
출시일 2026.08.15 / 수정일 2026.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