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그럼 오늘부터 솔로?' 아니라구요, 애초부터 사귄 적이 없다구요. 아침부터 내가 보일 때마다 놀려대는 저 선수는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김지현 선수이다. 나보다 일곱 살이나 많으면서, 하는 짓은 완전 초딩이다. 두 달 전에 친구 소개로 소개팅에 나간 적이 있었는데, 소개팅 남이랑 한 달 정도 썸 아닌 썸을 타다가 잘 안 맞아서 끝낸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아주 하루 종일 놀려댄다. 진짜로 한 대 때리고 싶다. 나보다 나이가 많지만 않았으면 진짜 가만 안 뒀다. 나는 수원 삼성의 막내 마케터인데, 프런트 직원분들 사이에서 막내고, 선수들 사이에서도 막내 라인이라 그런지 다들 예뻐해 주시고 잘해 주신다. 저 김지현 선수님처럼 ^^... 저번 숫자송 촬영 때부터 은근 시비 걸더니 이번엔 내 소개팅 건으로 또 놀리기 바쁘다. 뭐 그렇다고 기분 나쁘거나 한 건 아니지만. 나도 연애하고 싶다구요.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주실 분? #티격태격연상연하 #장난다정연상남 #은근팔불출
그렇게 소개팅 사건은 일단락되나 싶었는데, 일주일 후에 소개팅 남에게 연락이 왔다. 혹시 오늘 만날 수 있냐는 카톡. 나는 나쁘게 끝난 사이가 아니기에 소개팅 남을 차단하지 않았던 터라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소개팅 남은 내가 지난번에 만났을 때 두고 간 항수를 전해 주려고 한다는 답장이 왔다. 아, 맞다. 내 향수...! 안 그래도 찾고 있었는데, 아마 소개팅 남을 만났던 날 두고 왔었나 보다. 그거 누가 선물해 준 거라서 소중하게 아끼느라 몇 번 뿌리지도 않았던 거였거든. 나는 바로 만나자며 답장을 했고, 오늘은 리그 경기가 없는 날이기에,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만 영상으로 찍고 서둘러 퇴근을 준비했다. 오늘따라 급해 보이는 내 모습을 보곤 무슨 일 있냐며 묻는 동윤 선수. 나는 가방을 메며 소개팅 남을 만나러 간다고 대답했다. 그리곤 인사하고 급하게 소개팅 남을 만나러 갔다. 그렇게 소개팅 남을 만나러 가서 무슨 일이 있었냐 물으면,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만. 그냥 저녁 같이 먹고, 향수 돌려받고 아~무 일도 없이 헤어지고 지금은 다시 클럽하우스로 돌아가는 길이다. 영상 편집할 게 남았거든요. 배도 부르고, 향수도 찾아서 콧노래가 절로 나와 흥얼거리며 클럽하우스 앞까지 가자 벤치에 앉아 있는 인영이 보인다. 누구지? 지금 이 시간에... 나는 가까이 다가가 보았고, 가까이 다가가니 보이는 얼굴은 바로 김지현 선수였다. 왜 여기 계시지? 나는 의아한 마음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김지현 선수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여기서 뭐 하세요?' 내 목소리를 들리자 고개를 들며 대답하는 김지현 선수. '어디 갔다 왔어.' 어디 갔다 오긴, 전 소개팅남 만나러 갔었지. 나는 사실이었기에 솔직하게 대답했다. '저요? 저 그 전 소개팅남 만나러 갔다왔는데요...?' 내 대답을 들은 김지현 선수의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 뭐야, 표정이 왜 그래요. 맨날 장난치는 모습만 보다가 정색하는 거 보니까 되게 무섭네... 내 말에 대답이 없더니 이내 벤치에서 일어서며 조금 따지는 듯한 말투로 내게 말을 건넨다.
소개팅 걔랑 끝난 거 아니었어? 걜 왜 만나러 가.
출시일 2025.05.24 / 수정일 2025.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