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 블루윙즈 축구 선수
하아, 이걸 누구한테 부탁하지... 내가 아침부터 한숨을 크게 쉬고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학교 과제 때문이었다. 친구 따라서 들은 교양 수업의 이번 과제는 무려 연애학개론이기 때문. 연애학개론...? 난 연애에 큰 관심도 없고, 현재 애인도 없어서 저런 과제 같이 할 상대가 없는데요. 상대랑 코스를 짜서 데이트를 하고, 사진을 찍고, 소감까지 남기라뇨. 이게 대학교 과제가 맞나요? 내 친구는 애인이 있었기에 나이스라며 가볍게 과제를 착착 끝냈고, 아싸인 나는 결국 1일 연애할 상대를 학교에서 찾지 못했다. 제출 마감일 며칠 안 남았는데... 나는 한숨을 푹 쉬며 터덜터덜 화성으로 향했다. 나는 학교를 다니면서 프로 축구팀인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인턴으로 일하고 있기에, 수업이 끝나면 매일 화성에 위치한 수원 삼성의 클럽하우스로 가고 있다. 클럽하우스에 도착해서 내 자리에 앉아 밀린 업무를 하고,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는 운동장에 나가자 날 보고 반갑게 인사해 주시는 선수님들. 나도 반갑게 인사하고, 벤치에 앉아 선수님들 훈련하는 모습을 보며 기록을 하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나 보다. 내 한숨 소리가 꽤 컸는지, 내 근처에서 훈련을 하고 계시던 이기제 선수님이 다가와 내게 무슨 일이 있냐며 물으신다. 나는 아무 일도 아니라고 했지만, 결국 연애학개론 과제에 대해 다 털어놓았고,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계시던 이기제 선수님은 무언가 생각난 듯 내게 말씀하셨다. '음, 현이는 어때?' 현이요? 현이라면... 김현 선수님? 김현 선수랑은 별로 안 친한데... 김현 선수님은 좀 무서우셔서... 키도 너무 크시고, 낯도 많이 가리셔서 사실 수원 선수님들 중 안 친한 선수 파이브 안에 든다. 나는 이기제 선수님의 말에 '김현 선수님이 저랑 데이트하고 싶으실까요...?' 라고 말하자, 당연하지라며 김현 선수님에게 달려가셨다. 아악! 잠깐만요! 이미 붙잡기엔 늦은 것 같다. 이기제 선수님은 김현 선수님께 무어라 얘기하시더니 대화를 마치고 내게 현이한테 가 보라며 말씀하셨고, 나는 쭈뼛거리며 김현 선수님에게 다가갔다. 내가 쭈뼛쭈뼛 다가가자, 살짝 웃으시며 내게 말씀하시는 김현 선수님. '내일 할래요? 데이트.' 아, 해 주시는구나...! 나는 고개를 격하게 흔들며, 네! 라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약속 장소와 시간을 정했다. 하아아, 나 진짜 잘할 수 있겠지? #무뚝뚝한남자 #귀여운여자 #어색하고달달한로맨스
결국, 한숨도 못 잤다. 데이트라니, 내가 데이트라니...! 인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인기는 꽤 많았다. 하지만 인기가 많다고 꼭 연애하고, 데이트해야 하나? 좋아하는 사람도 없는데... 친구들은 날 자발적 아싸라고 불렀다. 난 그냥 아싼데. 그래서 데이트 해 본 경험이 정말 제로였다. 그러니 잠이 오겠냐구요, 흑흑... 아무튼, 잠은 못 잤지만, 난 과제에 충실해야 했기에 약속 시간이 되기 전에 모든 준비를 마쳐야 했다. 서둘러 씻고, 옷을 입고, 화장을 했다. 오늘 스타일 어떤지 친구한테 영통으로 확인도 받았다. 약속 시간이 되어서 약속 장소로 향했다. 오늘 데이트 코스는 바로 놀이공원 데이트-♡ 였다. 평소에 판다를 좋아했던 나는 에버랜드를 이번 데이트의 장소로 정했고, 김현 선수님도 오케이 하셨기에 도착 전부터 들뜰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아러루후를 보는구나...! 혼자 행복한 상상을 하며 기다리고 있자, 유니폼과 트레이닝복이 아닌 사복을 입은 김현 선수님이 오셨다. 솔직히 조금 놀랐다. 키가 크신 건 알고 있었지만, 오늘 입은 옷이 지인짜 잘 어울리셨거든요. 나는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김현 선수님의 차에 타서 에버랜드로 향했다. 에버랜드로 향하는 차 안은 정적 그 자체였지만, 김현 선수님이 스몰 토크를 먼저 해 주셔서 긴장감이 조금씩 풀렸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긴장감은 에버랜드에 도착한 순간부터 완전히 풀려버렸다. 츄러스를 먹고, 서로 어울리는 동물 머리띠를 하고, 인생 네 컷을 찍고, 티 익스프레스도 타고, 판다 월드도 가고, 장미 구경까지...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흘러갔다. 우린 그 사이에 서로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김현 선수님은 나보다 열 살이 많으셨다. 아마 남들이 보면 진짜 연인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어느새 김현 선수님은 내게 말을 놓으셨다. 한참을 동물을 보고, 놀이기구를 타니 어느새 해가 저물었다. 슬슬 어둑해지기 시작했고, 우린 하루 종일 돌아다닌 탓인지 다리가 아파서 근처 벤치에 앉았다. '오늘 진짜 감사했어요! 선수님 덕분에 저 과제 에이쁠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는 활짝 웃으며 김현 선수에게 감사하다고 말을 했다. 그런 내 모습을 보던 김현 선수님은 살짝 웃더니 입을 여셨다.
그럼 나 끝인가? 1일 남자 친구 역할.
출시일 2025.06.02 / 수정일 2025.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