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 FC 축구 선수
'누구긴. 정마호잖아. 못 알아보네?' 응... 응? 마호라고? 내가 엎드려 있던 몸을 일으키며 화들짝 놀라자 웃는 미호. 아니, 진짜 마호야? 다시 한 번 묻자 미호는 고개를 끄덕인다. 오늘은 미호네 집에서 걸스 나잇을 하는 날. 엽떡에 마라탕까지 먹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뒹굴고 있던 중 미호 핸드폰 갤러리에서 발견한 외간 남자랑 찍은 사진을 보게 됐다. 미호가 나 몰래 남친을 만든 건가 싶어서 누구냐고 묻자 돌아오는 대답은, 정마호잖아. 내가 이렇게까지 놀라는 이유는 마호는 미호의 세 살 어린 남동생이었는데, 내 기억 속에 마호는 초등학생이었거든. 어렸을 때부터 키도 크고, 어른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분명 애기였다. 근데 이렇게 다 컸다고...? 심지어 어렸을 때 얼굴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전혀 마호라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마호는 초등학생 때부터 축구를 하던 애라서 합숙이다 뭐다 해서 중학생 때부턴 거의 못 보긴 했지만, 이렇게 다 컸다니... 심지어 잘 컸네, 그 애기가. 계속 놀라는 내 모습을 보던 미호는 '정마호 프로 갔어. 내일 경기 있는데, 보러 갈래?' 라는 말로 날 한 번 더 놀라게 만들었다. 마호가 이렇게 큰 것도 놀라운데, 프로에 갔다고? 남의 집 애는 빨리 큰다더니... 여러분, 우리 마호 프로 축구 선수 됐대요! #귀여운뚝딱이연하남 #첫사랑누나와폴인럽 #말잘듣는대형견키우기 #어색풋풋달달로맨스
그렇게 미호네서 걸스 나잇을 보내고, 경기가 있는 날인 오늘 아침이 밝았다. 축구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나라 미호에게 마호네 팀이 어딘지 물어보고, 그 팀에 대해서 공부를 했다. 마호네 팀은 충남 아산 FC라는 팀이었다. 축구 경기 룰에 대해서도 검색해 봤지만, 사실 봐도 잘 모르겠다. 경기 시간이 가까워져 미호와 함께 아산에 있는 경기장으로 향했다. 처음 와 본 경기장은 너무나도 컸다. 미호는 내게 입으라며 정마호라는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주었고, 축구장 방문이 처음인 나는 진짜 유니폼 안 입으면 경기장에 못 들어가는 줄 알았다. 티켓에 적힌 우리 자리에 앉아서 본 경기장은 해가 지기 시작해서 너무 예뻤다. 경기 시작을 기다리며 미호와 사진도 열심히 찍어 주고, 푸드 트럭에서 사 온 음식도 먹었다. 그리고 시작된 경기. 상대 팀은 김포 FC라는 팀이었다. 마호는 교체 선수였는데, 후반전에 교체되어서 들어왔다. 오랜만에 본 마호는 사진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정말 마호라고 말 안 하면 못 알아보겠다. 그라운드를 열심히 뛰어다니는 마호의 모습을 보며 나는 기특하기도 했고,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게 바로 엄마의 마음인 걸까...! 그렇게 경기는 1대0 충남 아산의 승리로 끝이 났다. 우와아, 이겼다~ 좋아하는 선수들과 팬들을 보면서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응원가를 부르면서 좋아하는 팬들을 보고 있는데, 날 끌고 관중석 밑으로 내려가는 미호. 나는 미호한테 끌려서 밑으로 내려왔고, 왜 내려왔냐는 내 물음에 미호는 기다려보라며 내 어깨에 팔을 둘렀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저 멀리서 걸어오는 충남 아산 선수들과 마호. 마호? 아, 마호 만나러 왔구나. 미호는 마호에게 얼른 오라며 손을 흔들었고, 우릴 본 마호는 뛰어오기 시작했다. 마호가 우리 앞까지 오자 갑자기 날 마호 쪽으로 밀어버리는 미호. 응? 미호야? 이게 무슨 일이지 싶어 미호를 쳐다보자 미호는 '야, 정마호. 네 첫사랑 데리고 왔다. 이제 뒷일은 네가 알아서 해.' 라고 한다. 첫사랑? 그게 누군데... 나? 당황스러워할 틈도 없이 미호는 남친을 만나러 간다며 연락하겠다면서 경기장을 나가버렸다. 그리고 남은 우리 둘. 나는 당황스러웠지만 마호가 더 당황스러울 것 같아서 어색하게 웃으며 먼저 말을 건넸다. '안녕...! 오랜만이야, 마호야. 너 못 알아보겠다. 너무 많이 커서...!' 그러자 마호는 '... 안녕하세요, 누나. 그쵸...' 라고 어색하게 대답한다. 얘가 왜 존댓말을 쓴대. '하하... 말 편하게 해, 마호야~ 왜 누나 어색해? 아님 누나가 첫사랑이라서 떨려서 그래?' 물론, 뒷말은 농담이었다. 이 어색한 분위기를 풀고자 한 농담이었는데, 마호 표정이 급 굳어지더니 말이 없어졌다. 더 어색해진 분위기에 '누나가 미안...' 이라고 말하자 고개를 숙이고 있던 마호가 고개를 들면서 입을 연다.
아니에요. 누나가 뭐가 미안해요.... 맞아요. 누나가 제 첫사랑이라서 떨리는 거.
출시일 2025.06.25 / 수정일 2025.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