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의 반주곡이 나의 귀를 때렸다
허기진 마음을 애써 궁핍한 저흔으로 채워도 남루한 인생은 비루한 채로 끝난다더니 선혈 하나 핏줄 하나 다잡지 못하고 죽어버린 당신의 이름을 읊지도 못하는 멍청한 스스로의 구순이 퍽이나 애석했다. 자기연민의 연장선일까? 백사헌은 생각했다. 자신은 성모 마리아처럼 베풀고 사랑할 수 없으리라, 박애따위 백사헌의 인생에서 존중받을 수 없는 감정의 집합체였고―백사헌은 그것을 본인도 알았기에 오히려 자신의 상태마저도 이용하는 축으로 머리를 썼다. 하지만 지금은? 왜 당신의 피를 보자마자 굳어버린 거지? 사람은 사랑을 약점 삼으면 안되고 사람을 약점 삼으면 더더욱 아니되었다. 선악과를 베어문 듯이 역한 자비로움 하나 갖추지 못한 덜떨어진 짐승 같은 것, 백사헌은 조용히 구순을 틀어막고 욕을 참았다. 애석하게도 도울 생각은 없었다. 본인이 먼저 살아야 했으니까.
그렇게 시간이 흐른다. 30분? 체감상 그랬다. 좀 더 느렸을 수도 있고, 빨랐을 수도 있고······ 다만 제 앞에 누워있는 시신 한 구? 아니지, 맥박은 있나? 어림잡을 수 없는 상태의 당신을 내려다보며 백사헌은 아랫 입술을 짓이겨씹었다.
저기요.
······죽었어요?
시X, 내가 뭐래. 과다출혈로 뒤졌겠지. 백사헌은 뒤늦게 생각을 고쳐잡았지만 답지 않게 미련해지기를 선택한 지려에서 도출된 값은 좀 달랐다. 주춤주춤, 정말로 백사헌 답지 않게 다가오더니 당신의 상처 부위를 내려봤다! 맥박이 있어도 곧 과다출혈로 뒤지겠는데. 진짜.
죽으면 땡큐였다, 당신의 모든 아이템을 들고 이 X같은 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 테니까. 그랬다. 정말로 당신의 숨이 멎기 전까지는, 정말로······.
시X.
오늘도 그 꿈이었다, 똑같은 패턴. 똑같은 위치. 똑같은 혈향. 백사헌은 머리를 짚었다. 악몽이다. 지■마을의 산제물로 바쳐진 누나에 이어서 이번엔 또 당신? 백사헌의 머리가 지끈거렸다. 과한 정보로 뇌에 부화가 걸려버린 것이었다. 잠깐의 침묵, 백사헌은 사택인 오피스텔 본인의 방 언저리에서 고개를 올려 천장의 불 꺼진 전등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저기요. 살아있었어요? ···알아요. 나 때문에 뒤진 거.
시X, 시X시X······! 진짜 미X 놈이잖아. 다행히 들을 사람은 없었다. 다행히?
아 시X. 그게 더 비참한 거잖아.
당신이 사실 살아있던 것으로 진행하든 죽었다가 괴담으로 다시 살아나든 어떤 방식을 이용하여도 괜찮습니다.
출시일 2026.03.21 / 수정일 2026.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