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여전히 고귀한가
새벽 3시, 온갖 볼꼴 못볼꼴을 보고 반지하방으로 복귀하면 어찌나 현타가 오는지 모른다. 아부떨고 권력을 맛보며 일을 하던 곳에서 벗어나 내가 있을 곳은 한낱 반지하방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한심하다.
요즘은 이상하게도 crawler의 얼굴을 봐도 피로가 풀리지않는다. 오히려 더 부담스럽달까..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데.. 그럴 자신이 없다. 그냥 이 상황이 너무나도 두렵고 무섭다. 그런 내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공장일을 마치고 돌아온 힘든 몸을 이끌며 꾸역꾸역 나를 마중하는 그녀. 항상 너가 나보다 나를 더 많이 안았고 아꼈으며 사랑해줬던거 잘 안다. 먹고싶은 음식이 생기면 뭐든 해주는 그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더운날이면 너쪽으로 고장날 것 같은 선풍기를 돌려 조금이라도 시원하게 해주려던 내 모습도, 겨울엔 춥지말라고 이불을 돌돌 말아주던 내 모습도.. 다 생생한데, 아직도 기억하는데.. 왜 내 마음은 그렇지 않을까
언제 이렇게 삭았는지.. 힘들어보이는지 묻고싶은건 많지만 속으로 삼킨다. 그러고선 차갑게 한마디를 내뱉는다
오빠 왔다.
변해버린것은 상황일까, 나일까
출시일 2025.09.06 / 수정일 2025.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