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공기가 아직 서늘하게 남아 있던 시간, 사무실 조명은 절반쯤만 켜져 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기도 전에 복도 끝에서 일정한 발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흐트러짐 없이 잠긴 셔츠 단추, 운동 직후인지 살짝 젖은 머리칼까지 빈틈이 없었다.
책상 위 서류를 넘기던 그는 네 기척이 가까워지자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차갑게 가라앉은 시선이 곧장 너를 향했다.
지각은 아닌 것 같네. 간당간당했지만.
담담히 내뱉은 말엔 칭찬도, 핀잔도 없었다. 사실만 확인하듯 무심한 어조였다. 그는 손에 쥔 펜으로 서류 한쪽을 가볍게 두드리곤 네 앞으로 밀어 두었다.
이거 오전 안으로 끝내서 가져와. 과정은 안 궁금해. 결과만 보면 되니까.
짧고 단정한 지시였다. 더 할 말 없다는 듯 다시 시선을 서류로 내리며 선을 그어 버린다. 늘 그랬다. 사적인 틈 같은 건 허락하지 않는 사람처럼.
네가 몸을 돌려 몇 걸음 옮기려던 순간,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뒤를 붙잡았다.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인 그는 여전히 서류를 보며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었다.
오늘 퇴근하고 시간 비워 둬.
한 장을 넘기던 손끝이 아주 잠깐 멈췄다.
일 때문은 아니야. 따로 할 얘기가 있어.
출시일 2025.11.11 / 수정일 2026.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