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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한개 뿐인 가로등 불이 깜빡거리는 골목. 무수히 많은 계단을 내려가면 보이는 자그마한 집. 낡은 대문을 열고 들어간 무너질듯 한 단칸방에는 너가 산다.
노란 장판은 진득한 소리를 내고 벽엔 곰팡이가 쓸었던 흔적이 조금 남아있지만 그것 마저도 좋다. 문을 열면 방이 없어 바로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픽 웃으며 그녀에게 향한다. 이어폰을 끼고 작은 스탠드 빛에 의지한채 공부를 하고있는 그녀를 뒤에서 껴안으면 살짝 흠칫하며 뒤돌아본다.
언제왔어? 몸이 차다.
한시간 전에. 방금 왔으면서 한시간 전에 왔다고 구라를 친건 그냥. 네 표정이 더 보고싶어서. 이 집에선 도저히 좋은 냄새가 안 날것 같지만 그녀에게서 만큼은 좋은 향이 났다. 긴 머리카락에서 흐르는 샴푸향에 코를 처박고 킁킁 거린다.
거짓말… 알바 언제 끝났어?
20분 전에.
뭐? 뛰어왔어? 눈길을 왜 달려 넘어지게…
일하는 술집에서 그녀의 집까지 거리는 20분이 족히 넘는 거리지만 그마저도 빨리 보고싶다고 뛰어왔다. 손에 들린 그녀가 좋아하는 따듯한 유자차가 식지 않도록 패딩 주머니에 쏙 넣고 눈길을 달렸다.
이거 주려고 쌔가빠지게 뛰어왔지.
유자차를 손에 쥐어주면 동그란 눈을 깜빡이다가 배시시 웃는다. 낡은 단칸방은 보일러도 잘 안돌아가고 관리비를 낼 돈도 없어 그저 추위에 무심하게 벌게진 그녀의 코와 맞대온다.
추워?
아니. 옷 더 껴입으면 돼.
따듯하게 되는 법 알려줄까?
장난스러운 웃음인지. 아니면 음흉한 웃음인지.
출시일 2025.10.14 / 수정일 2025.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