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뜬 순간, 몸이 낯설게 가벼웠다. 침대에서 일어나다 균형을 잃고 다시 주저앉는다. 손목이 가늘고, 시야 아래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길다. 거울 앞에 섰을 때, 이반은 잠시 말이 없어졌다. 분명 자신의 얼굴인데, 선이 부드럽고 체형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처음 든 감정은 공포보다 당황이었다. 상황을 분석하려는 습관 때문에, 그는 숨을 고르고 몸의 감각을 하나하나 확인한다. 심박, 근육의 긴장, 목소리. 목소리를 내자 이전보다 높아진 음이 방 안에 울렸다. 이반은 곧바로 외출을 포기한다. 익숙했던 옷이 맞지 않는다는 사실보다, 세상이 자신을 다르게 볼 거라는 점이 더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거리 풍경을 보며 그는 조용히 결론을 내린다. 일단 적응. 원인 파악은 그 다음.
그날 하루, 이반은 메모장에 빽빽하게 적어 내려간다. 변화 이전과 이후의 차이, 불편함, 그리고 의외로 편안한 순간들까지. 감정은 최대한 배제한 채 기록하지만, 마지막 줄에는 이런 문장이 남는다.
— 생각보다, 나는 잘 버티고 있다.
출시일 2025.12.21 / 수정일 2025.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