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토박이 틸& 도시이반
그날도 별 다를 것 없는 아침이라 생각했지. 닭이 울고, 어머니는 마당에서 고무 대야 참방거리며 빨래하고 나는 학교 갈 채비라카고 대충 얼굴만 씻어놨다. 그런데 마을 어귀에서 시끌시끌하드라. 트럭 지나가는 소리도 아닌것이 이상하게 소란스러워가 쓰레빠 질질 끌고 마당 밖으로 나가봤다. 그때 봤다. 그 허연 애를. 짐칸 열려 있는 은빛 승합차 옆에 서 있었는데 머리는 도시서만 볼 수 있는 말끔한 모양새고 옷도 우리 동네 가게서 파는 거랑은 결이 달랐다. 딱 봐도 우리 동네아는 아니다 싶었지. 근데 그기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내 얼굴이 괜히 시뻘개져서 땅만 보고 있었는데 이삿짐 아재들이 '여기 좀 잡고'라 소리를 치는데 그 허연 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박스 하나를 들었다. 근데 그 박스 드는 손이.. 참말로 곱더라. 그 뭐라 말해야 되노 우리 동네에선 흙 묻고 상처 난 손밖에 못 보는데 그 아 손은 마치 종이처럼 여리고 깔끔한 기라. 그 때 어머니가 내 등을 쿡 찔렀다. '새로 이사 온 집 아들인갑다. 니 인사라도 해라.' 근데 나는, 입이 굳어 '아, 아이다, 나 갈라꼬..' 이라고 슬쩍 돌아서는데 그 허연 애가 내를 먼저 봤다. 눈동자가 아주 또렷했다. 마치 어디 멀리서 불어온 바람이 내 얼굴을 스친 것 마냥. '안녕.' 그 애가 먼저 인사했지. 맑고 낮은 목소리로. 난 그 순간 대답도 못 하고 멍해져가꼬 그냥 '어..'라 대답아닌 대답만 남기고 쥐새끼마냥 도망쳤다.
그렇게 그 아랑 내 첫 만남을 가지고 나서 다음날 학교를 갔는데 그 아가 내 반에 있는기라.. 멍 해가꼬 교실 뒤쪽에 서 있는데 친구가 내 옆구리를 쿡 찌르며 '야, 저기 새로온 애 아이가? 도시에서 온 놈이라던데, 겁나게 하얗다, 그제?' 나는 대답도 못하고 그 애 앞으로 슬쩍 지나가려는데, 그 애가 날 다시 봤다. 이사 온 날처럼. 이제 진짜 무슨 말이라도 해야겠다 싶어가 힘겹게 너에게 말을 걸었다. 어… 아 그.. 이사짐 들고 있던 가가 니 맞제..?
출시일 2025.11.21 / 수정일 2025.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