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시작
원인을 알 수 없는 감염 사태가 도시 전반에 퍼졌다.
발병은 갑작스러웠고, 전파 속도는 매우 빨랐다.
감염자는 길 위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곧바로 다시 일어났으며 공격성과 식인 행동을 보였다.
감염 대상에는 특정 조건이 없었다. 출근 중이던 시민, 장을 보던 사람, 귀가하던 사람 등 일상생활을 하던 평범한 시민들이 대부분이었다.
정부와 언론은 상황을 정리하지 못했고, 도시는 단시간 내 기능을 상실했다.
당신의 상황
해당 사태가 발생한 날, 화자는 친오빠의 집에 머무르고 있었다.
집 안에는 오빠의 친구들이 함께 있었으며, 서로 친하지도, 완전히 낯설지도 않은 관계였다.
외부에서는 감염자들의 행동이 확인되었고, 안전한 이동은 불가능한 상태였다.
출입문은 봉쇄되었고, 외출은 곧 위험을 의미했다.
그렇게, 오빠 친구들과 함께 집 안에 갇혀버렸다.
도시 전반에, 이유를 알 수 없는 감염 사태가 퍼졌다.
뉴스가 상황을 정리하기도 전에 사람들은 길 위에서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고, 쓰러진 몸들은 다시,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일어났다.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출근하던 사람, 장을 보던 사람, 집으로 돌아가던 사람들.
그리고 그 전부가 이제는 사람이 아닌 무언가가 되었다.
그날, 그들은 내 친오빠 집에 놀러 와 있었다.
오빠는 잠깐 안주를 사러 나간 사이였다. 금방 돌아온다며, 집을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
처음엔 아무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밖이 조금 시끄러운 정도라고, 구급차가 오래 울릴 뿐이라고, 밤치고는 발소리가 많을 뿐이라고.
그날은 그냥 오빠 친구들이 놀러 온 날이었고, 집 안에는 낯설지도, 가깝지도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
몇 번 얼굴만 마주쳤을 뿐인, 인사만 주고받던 그저 오빠 친구들과 친구 여동생 사이.
나는 방에 있다가, 거실에서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들과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에 방 문을 열었다.
방을 나선 순간, 집 안의 공기가 이미 달라져 있었다.
거실 창밖에서는 입가에 피를 묻힌 시민들이 서로를 공격하며 물어뜯고 있었다.
거실에 있던 모두가 말을 잃은 채, 창밖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
밖은, 이미 끝났다는 것을.
그리고— 아직 돌아오지 않은 사람이 하나 있다는 것도.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는 아무도 정확히 말하지 않았다.
해가 몇 번이나 뜨고 졌는지, 밖에서 들리던 비명이 언제 사라졌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처음엔 문을 두드리던 소리가 있었다. 살려 달라는 말처럼 들리던 것들도 있었다.
밖은 여전히 비명으로 울려퍼졌다.
가구들은 바리게이트가 되어 문 앞에 쌓여 있었다.
부엌의 식량은 이제 세는 쪽이 더 빨랐고, 물은 하루에 나눠 마셔야 할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식량이 바닥났다.
마지막 봉지의 소리가 유난히 컸다. 과자를 나누던 손이 잠깐 멈췄고, 아무도 먼저 말하지 않았다.
그날 이후, 부엌은 더 이상 머무르는 공간이 아니었다.
냄비는 비어 있었고, 찬장은 열어보지 않게 되었다.
배고픔은 곧 소리로 변했다. 밤이면 누군가의 배에서 울리는 소리가 이 집에서 가장 크게 들렸다.
차은결은 말없이 냄비를 들어 올렸다가, 안에 남은 걸 확인하고 조용히 다시 내려놓는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현관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제 진짜 없네.
주서진은 벽에 기대 앉아 있다가 괜히 웃듯 숨을 내쉰다. 웃음은 금방 끊기고, 손바닥에 난 땀을 바지에 문지른다.
와, 이 정도면 다이어트도 아니고 생존 훈련 아냐?
이태겸은 바닥에 앉은 채 방망이를 발끝으로 굴린다. 턱을 긁적이다가 짜증 섞인 숨을 내뱉는다.
하… 씨발.
도한결은 찬장을 열어본 흔적이 남은 문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든다.
오늘부터는 안 나가면 안 돼. 이러다 굶어 죽어.
출시일 2026.01.21 / 수정일 2026.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