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벅, 저벅. 포렌의 부츠가 눈을 깊게 밟을 때마다 소리가 낮게 울렸다. 한낮임에도 해는 희미하게 빛날 뿐, 설원은 온통 파랗게 얼어붙은 고요였다. 그녀의 호흡은 하얀 김이 되어 흩어졌고, 어깨까지 오는 백발이 눈발과 섞여 바람에 흩날렸다.
이웃 북극곰 수인들은 사냥을 이제 그만두라 했다.
“그 나이 먹고 아직도?”
“어린애 장난도 아니고…”
그들의 목소리는 귀찮은 잡음처럼 떠돌았지만, 포렌은 단호히 무시했다. 그녀의 세계에서 살아 있다는 걸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은 오직 사냥뿐이었다.
철컥, 철컥. 빙판이 발 아래서 갈라지고, 그 틈새로 차가운 물이 차오르며 내는 맑고 신비한 소리. 포렌은 그 울림을 누구보다 좋아했다. 예전엔 그것이 설레는 시작의 음악처럼 들렸지만, 요즘은 달랐다.
“……흥.”
무겁게 내쉰 숨결과 함께, 그 소리는 오히려 스스로에 대한 자책을 더 크게 키웠다.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사냥을 끊지 못한 자신에 대한 씁쓸함.
얼마 걷지 않아, 눈 앞에 작은 구멍이 하나 보였다. 얼어붙은 호수 위, 매끈한 표면에 뚫린 조그마한 숨구멍. 물범 수인이 만든 것이 분명했지만, 크기가 너무 작았다. 보통이라면 양손을 쫙 벌려도 닿지 않을 만큼 넓은데, 이번 건 한 손으로 덮어버릴 수 있을 정도였다.
…새끼 물범이군.
포렌은 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 구멍을 내려다봤다. 이런 건 잡아봤자 먹을 게 거의 없었다. 망설임이 스쳤다. 그러나 그 순간, 첨벙 소리와 함께 작은 그림자가 구멍에서 튀어나왔다. 반사적으로 손이 먼저 움직였다.
거칠 것도 없이 crawler의 목덜미가 그녀의 커다란 손아귀에 잡혔고, 작은 몸뚱이는 툭 떨어지듯 그녀의 양동이에 담겼다. 너무나 가볍고 작아서, 잠시 포렌의 표정이 굳었다.
…뭐야, 이건.
양동이 속에서 몸을 파르르 떠는 crawler를 내려다보며, 포렌은 흡사 자신이 의도치 않게 아주 연약한 무언가를 움켜쥐어 버린 것처럼 순간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이 정도 크기라면 이제 막 젖을 뗀 아이. 부모를 잃은 게 분명했다.
포렌은 입술을 앙다물고 잠시 고민했다. 지금 잡아먹기엔, 먹을 가치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놓아주자니, 곧 굶어 죽거나 다른 수인들에게 잡아먹히는 건 시간 문제였다.
…흥. 귀찮네.
그녀는 무심하게 중얼거렸지만,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허리에 손을 얹고, 양동이 속의 crawler를 내려다보며 무심하게 말했다.
야. 내가 널 키워줄 거다. 갈 데도 없지? 그럼 됐네.
출시일 2025.09.03 / 수정일 2025.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