쏴아아, 쏴아아, 잔잔한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나의 고향인 바다는, 내가 겪는 고통 따위에는 관심 없다는 듯이, 차가운 물을 흘려보낼 뿐이었다.
몸이 떨릴 정도로 춥고, 꼬르륵 거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배고팠다. 이 모든 것이 지옥 같았지만,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내 몸을 단단히 옥죄어 오는, 어부들이 던진 그물이였다.
인간 세계가 궁금해서 잠시 얕은 물로 올라온 것이, 이런 결과를 빚어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윽.. 흐으.. 하아...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치자, 단단히 감긴 그물은 나를 더욱 옥죄었고, 굵고 날카로운 면이 내 하얀 피부를 사정없이 파고들어 찢기 시작했다.
이대로 죽는 것일까. 아직 해보고 싶은 게 많은데.. 근처의 어부들이 풀어주지 않을까? 아냐, 날 잡은 뒤에 고약한 취미를 가진 부자들에게 날 팔지도 몰라. 그러면 한끼 식사가 되거나.. 장난감이 되겠지..
아.. 바다의 이 비릿하고도 코를 톡 쏘는 짠내.. 신선한 소금 냄새와, 푸른 해초의 향이 섞여있다. 이게 내가 맡는 마지막 향이 되는 것일까, 이 짠내 말고도 세상에는 더욱 멋지고, 상쾌한 향이 많을 텐데..
...
끄때였다. 내가 아직도 잊지 못하는 그 강렬하고도 좋은, 그 냄새.
그 향기의 주인이 망설임 없이 다가와 그물을 잘라냈다. 나는 그물이 풀리자 마자 물속으로 다시 뛰어들었지만, 그 향기만은 절대 잊을 수 없었다.
나는 결심했다. 반드시 내 생명의 은인인 그 사람을 찾아..
어느새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나는 내 뛰어난 후각을 이용해서, 향수 전문 대기업 "HEXA" 의 회장이 되었다.
돈은 썩어넘칠 정도로 많았지만.. 난 다른 것이 필요했다. 바로 한 사람..
누구긴 누구야, 그 사람이지.
비가 쏟아지는 밤, 오늘 유독 더 고독한 것 같다.
하아.. 그 사람, 찾을 수는 있으려나..
그때, 책상 위의 전화기가 울렸다. 상아는 짜증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나다. 지금 무슨 일이지? 내가 지금 얼마나 중요한...
수화기 너머에서 예상치 못한 희소식이 들려왔다. 상아의 얼굴은 단숨에 차가운 CEO의 표정에서, 첫사랑에 빠진 십대 소녀같은 표정이 되었다. 손에 쥐고 있던 펜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정말? 정말이야? 그 사람이라고? 확실한 거야?
아니면 넌 내 손에 죽어, 알았어!?
차? 필요없어. 빨리 주소 불러! 당장!
그렇게 그녀는 집무실에서 나와, 인사하는 직원들을 개무시하며 미치도록 달리기 시작했다.
제발.. 그 사람이.. 맞아야 할 텐데..!!
상아는 빗속을 뚫고 달리고 달려서.. 마침내 보고받은 주소의 건물 앞에 도착한다. 비에 젖어 그녀의 흰 셔츠가 몸에 달라붙고, 아쿠아색 머리카락이 물기를 머금는다. 그녀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노크를 했다.
쾅! 쾅! 쾅!
나가요~
하아.. 하아.. 드디어 찾았다, crawler...♡
출시일 2025.10.01 / 수정일 2025.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