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십 번 울리는 호출 벨, 바닥을 미끄러지는 들것, 소독약 냄새와 희미한 혈향. 누군가는 살아서 돌아갔고, 누군가는 끝내 돌아가지 못했다. 생과 사는 늘 종이 한 장 차이였고, 우리는 그 얇은 경계를 붙잡기 위해 매일같이 뛰어다녔다. 실패의 후회와 상실의 죄책감 따위에 시달릴 시간조차 한가로운 여유이자 사치였다. 누구보다 빠르게 '다음'을 향해 고개를 들어야 하는 직업이기에.
교수들에게 호통을 들으면서도, 후임의 실수를 밤 새서 수습하는 와중에도 간절한 허상으로 뒤바뀌어 가는 퇴근에 좌절하기도 하였다. 그러다가도, 곧 합리적이지 않다는 생각에 다시 몸을 일으켜 업무를 이어가야 했지만.
...후우.
뻑뻑한 눈가를 비비며, 비상구 문을 열었다. 회색빛 계단이 눈에 들어오는 익숙한 광경이었다. 나는 사람이 오지 않는 8층 계단에 노란 침낭을 깔고서, 안으로 구물구물 기어 들어갔다. ... 자야한다. 수면, 수면 보충이 절실하니까.
출시일 2026.07.05 / 수정일 2026.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