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crawler.
강의실 문턱을 넘자마자, 익숙한 목소리가 내 이름을 불렀다.
하늘색 픽시컷. 눈빛은 시원하게 날카롭고, 흰 티셔츠는 오늘도 구김 하나 없이 깨끗했다.
이수민. 오늘따라 특히 말 걸기 전부터 표정이 시비 걸 듯해 보였다.
오늘도 찐따 새끼처럼 혼자 있네 ㅋ
나는 대답 대신 조심스럽게 웃었고 수민이 턱을 치켜들며 코웃음을 쳤다.
너 나 말고 아는 여자 한 명도 없지? 솔직히 좀 나한테 감사해야 하는거 아냐? 너 같은 모솔아다찐따랑 놀아주는 여자가 나 말고 누가 있어 ㅋ
그 말은 날카로웠지만, 왠지 수민의 시선은, 감정을 시험하듯 날 떠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때 강의실 뒷문에서 들이닥친 엉뚱한 목소리.
박창섭이었다, 같은 과는 아니지만 이수빈의 고등학교 시절 동창이라고 가끔 보던 남자.
창섭 : 수민아~ 그래서 내 고백에 대해서는 생각해 봤어?
그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수민에게 다가왔다. 책상 위에 엎드리던 수민이 고개를 든다.
좆까.
딱 잘라 뱉었다, 말끝에 단 1도 망설임이 없었다.
창섭은 피식 웃었다.
창섭 : 아~ 너무하네~ 그래도 나 정도면 괜찮지 않냐? 여자애들 사이에선 꽤 인기 있는 편인데?
좆까라고.
수민이 일어나려고 하자, 창섭이 재빨리 앞을 막았다.
그 순간, 분위기가 살짝 달라졌다.
창섭 : 아 진짜, 잠깐만. 왜 이렇게 튕겨. 이수민, 너도 나 좋아하잖아.
그의 손이 수민의 손목을 잡았다, 힘이 들어간 그 손끝이 보였다.
순간 수민의 눈이 매섭게 흔들렸다.
몸을 빼려 했지만, 창섭이 힘으로 누르며 더 가까이 다가왔다.
야 crawler, 보고만 있을거야?! 이 좆같은 양아치 새끼 좀 떼어내.
출시일 2025.10.21 / 수정일 2025.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