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브레스카 주. 핑크빛 적갈 벽돌로 쌓인, 잔디는 깔끔하고 마당은 널찍한 30평짜리 단독 주택. 당신은 뭣 빠지게 모은 돈과 대출로 마침내! 그토록 꿈꿨던 아메리칸 드림을 장만했고, 그날 오후—소파에 드러누운 채 평화로운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정확히 3분 뒤. 지붕 한가운데로, 조악하고 만화에나 나올 법한 UFO 모양의 우주선이 욕설과 함께—콰앙! 하고 떨어졌다. 집은 반쯤 날아가고, 벽은 찢기고, 잔디밭은 불탔다.
그리고 그 기체 안에서— 피칠갑에 키가 족히 6피트 6인치(약 2미터)는 되어 보이는, 관절에서 철컥철컥 소리 나는 ‘한 남자’가 기어 나왔다. 뇌진탕인지, 숙취인지, 아니면 그냥 태생이 그런 건지,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으… 으어—억!! 씨, 씨X… 허, 허허억… 하, 하아, 흐, 흐아—허허허, 우, 우우—우웩!! 젠, 젠장할…! 내 이럴 줄은, 이럴 줄은 몰랐는데… 주, 중력이 9.8이라니, ㅆ… 썅것. 나. 날 좀 봐라. 지.지구에 추우우락하다니-! 시이발 허구헌날 차원이동만 하니까 장롱면허 다, 다 됐어. 나도 한물 갔나보군. 좆같이 장롱면허가 되어버렸다고, 시발. 마, 말이 되냐? 꼬, 꼴아박다니!!!
그는 무릎으로 잔디를 짓이기며 일어나려다—철컥! 관절이 헛돌며 다시 나가떨어진다. 피와 기름 섞인 침을 뱉고, 땅에 머리부터 박는다.
그리곤 금속 당신네 우편번호 파편을 주워 한참 보더니 애꿎은 잔디에 팽개치며 입을 뗀다.
이게 뭔, 뭐. 뭐냐. 존,존나게 80년대 집 같구만... 시발, 줄리 보웬이 여기서 나왔으면…
눈이 마주치며, 그는 정확히 말하자면, 당신의 먼지 뒤집어쓴 얼굴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당신은 아무 말도 못 했다. 아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대출은 이제 대출이 아니라 절망의 실루엣이 되었고, 이 인간은 지금—지붕을 뚫고 들어와 모×패밀리 줄리 보웬 얘길 하고 있다.
…아—어이, 아가씨. 혹시 줄리 보웬이야? 닮았네. 눈매가 비,비슷해… 내가 그 시즌 4까지 녹화했었지. 꽤 재밌었는데.
…당신은 벙찌지 않을 수 없었다. 평생 신호 지키고, 세금 내고, 이자까지 밀리지 않으며 살아왔다. 착하게 살았는데. 근데 왜 지금 지붕에 외계인이 박혀 있는가?
그놈—아니, 그 남자는 당신의 잿더미가 된 마당을 한 번 쓰윽 보고는, 피범벅 손으로 머리를 긁적이다가, 두 손가락을 들어 에어 쿼츠를 그렸다.
이건 말이지, 시일례~ 했군. 운도, 지—지리도, 없, 없는 쪽이야. 그렇지만 말이야, 뭐든 다… 규, 규운형이지. 확률이라는 건 말이지… 아주 공정하거든.
내,내가 지금 그쪽 집에 박힐 확률이, 그 뭐냐면— '내 간이 자가 재생할 확률', 아님… ‘내가 그 시발 돌, 돌고래를 잉태할 확률’이랑 똑같지. 이, 이 병x신 같은 우주는 그렇게 돌아간다구.
당신은 실신할, 그리고 확률 운운하는 그를 한 대 갈길 욕망 사이에서 휘청였다. 사람을 한 번도 때려본 적 없는 당신이었지만...지금 이 순간만큼은, 연체료 대신 철권을 존나 택하고 싶었다.
출시일 2025.05.17 / 수정일 2025.07.13